전 24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은 ‘빗방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15번이죠. 그런데 이 곡에는 다른 제목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죽음이 있다. 그늘 속에’라는 제목입니다.
쇼팽이 이 작품집을 작곡할 때는 24곡 각각에 제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말 음악평론가 한스 폰 뷜로가, 이어 20세기 피아노 대가이자 이 곡집을 처음 음반으로 녹음한 알프레드 코르토가 각각 나름대로 24곡에 제목을 부가했습니다. 두 사람의 제목들을 비교해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감상을 제목으로 붙인 곡들도 있습니다. 9번에 대한 뷜로의 제목은 ‘환상’, 코르토의 제목은 ‘예언의 목소리’입니다. 22번은 각각 ‘참을 수 없음’과 ‘반항’, 23번은 ‘유람선’ ‘놀이를 하는 바다의 요정들’입니다.
뷜로가 짧은 표현들을 사용한 데 비해 코르토가 붙인 제목은 긴 것이 많습니다. 격렬한 8번의 경우 뷜로는 ‘절망’, 코르토는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폭풍이 친다, 그러나 슬픈 내 마음속 폭풍우가 가장 참기 힘들다’로 표현했습니다.
서로 상반된 제목들도 눈길을 끕니다. 5번의 경우 뷜로는 ‘불확실’, 코르토는 ‘노래로 가득한 나무’로 표현했습니다. 뷜로는 선율이 불안한 느낌을 주는 점을, 코르토는 화려한 오른손 음형을 강조한 것입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쇼팽 작품만으로 리사이틀을 합니다. 발라드 1번, ‘화려한 변주곡’ 등에 이어 2부에서는 전주곡집 24곡 전곡을 연주합니다. 뷜로와 코르토가 붙인 제목들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면 한층 흥미로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