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작 ‘나르코스’
‘나르코스’는 1980년대 전설적인 마약왕 에스코바르의 일대기와 마약 카르텔의 역사를 그렸다. 넷플릭스 제공
나르코스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세밀하게 묘사된 사실적 배경에 지나치게 이상해 믿기 힘든 일이 끼어드는 것. 문학사조인 줄만 알았던 이 단어를 드라마는 “마술적 사실주의가 콜롬비아에서 탄생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은근슬쩍 마약상들의 역사에 끌어들인다.
드라마 자체는 사실주의에 충실하다. 에스코바르(와그너 모라)와 그에 맞서는 미국 마약단속국 수사관 머피(보이드 홀브룩)와 페냐(페드로 파스칼)를 등장시켜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이 어떻게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는지를 다룬다. 수시로 등장인물의 실제 사진과 당시 뉴스 영상이 등장해 질 높은 재연 드라마가 삽입된 다큐멘터리로 보일 정도다. 마약상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우려했는지, 매회 “실화에 기초했지만…. (중략) 실제 이름, 인물 및 역사와의 유사성은 우연이며 의도하지 않았다”고 미리 눙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3일 미국 NBC가 공개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조회수에 따르면 나르코스 시즌1은 회당 평균 32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마약 카르텔의 극단적인 역사가 대중에게 마술적으로 통한 것이다. 구스만이 자기 삶을 영화화하겠다는 제안에 혹한 것도 그럴 만하다 싶다. 기상천외한 구스만의 검거 과정 역시 그가 ‘너무 이상해서 믿기 힘든’ 마약상들의 역사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