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두 얼굴, 한국 더블쇼크/성장률]
○ 중간재, 완제품 수출 모두 충격
중국의 성장 둔화는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대중(對中)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둔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완제품과 중간재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나 돼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생산기지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의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나타난 공급과잉 현상이 조선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중간재를 넘어 자동차 휴대전화 같은 소비재로 확산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중국을 발판으로 성장동력을 회복했지만 이제는 이런 ‘중국 보너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한중일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기술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국 여파, 한국 3%대 성장률도 힘들어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은 한국 경제에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12%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국제유가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 국내 조선·플랜트·건설업계는 이미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10억 달러로 전년보다 31% 이상 급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최대 0.6%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올해 중국 성장률 5%대로 추락할 수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증시 폭락을 겪은 중국은 성장률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최근 실물과 금융 부문이 동시에 난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수출 부진 △공장의 과잉설비 △부진한 투자 △부동산시장 침체 △국영 기업 및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발생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6.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5%대까지 전망치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관행적인 통계 조작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이미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날 상하이 증시는 중국 정부가 경기 하강에 맞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3.2% 급등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