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작성 1934년판 한인 독립운동 단체 분포도 발견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1934년에 작성한 ‘국외 조선인 불온 단체 분포도’. 중국 각지와 미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 단체들의 이름과 소재지, 핵심 구성원 등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황필홍 단국대 교수(개화공정미술 대표)는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조선총독부가 1934년 작성한 ‘국외 조선인 불온 단체 분포도’를 입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가로 120cm, 세로 80cm의 종이 위에 한반도 북부와 중국 만주 지방이 그려진 이 지도는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쇼와 9년(1934년) 12월 작성했다고 적혀 있다. 한국 독립운동 단체의 이름과 소재지는 물론 핵심 간부들의 이름이 빼곡히 기재돼 해외 항일투쟁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앞서 2011년 같은 제목의 1930년판 지도를 김재기 전남대 교수가 발견해 공개한 바 있다. 총독부는 각지에 풀어 놓은 밀정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년 이 지도를 만들었다. 1934년판 지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930년판 지도와 비교하면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독립운동 단체들의 세력이나 근거지가 크게 바뀐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항일 단체 국민부와 산하 기관인 조선혁명당, 조선혁명군이 1934년 당시 남만주 지역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것으로 기록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학계에서는 만주사변 이후 일제의 탄압을 피해 1933년 말 조선혁명당과 조선혁명군이 중국 관내로 이동한 것으로 봤다.
1929년 9월 중국 지린 성에서 결성된 조선혁명당은 ‘일본 제국주의를 박멸하여 한국의 절대 독립을 이룬다’는 강령 아래 조선혁명군을 조직하고 만주에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진탁과 양세봉이 이끈 조선혁명군은 1932년 중국 의용군과 힘을 합쳐 일본군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