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매력적인 까닭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 야외전시실의 설경. 돌로 된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옛돌박물관 제공
○ 인간과 함께해 온 돌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돌 모두 지구가 탄생할 때 만들어졌을 텐데, 어느 돌은 그냥 돌이고 어느 돌은 문화재냐고 말입니다. 그건 이렇습니다. 인간의 흔적, 그러니까 선사시대 사람들이 가공해 사용한 흔적이 있는 돌은 문화재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돌입니다. 인간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은 것,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바로 문화재라는 사실을 의미하지요.
당당한 모습의 조선시대 왕릉 장군석.
바위에 새긴 마애불을 한번 둘러볼까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산중이나 계곡에 있기도 하고, 저 높은 산 정상에서 속세의 땅을 굽어보기도 합니다. 또 동네 어귀에서 아저씨처럼 사람들을 맞이할 때도 있죠.
돌은 토속적인 수호신의 역할도 합니다. 시골의 당산나무 주변엔 으레 돌탑이 있고 마을 어귀에는 돌로 만든 장승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러한 돌장승과 제주도의 돌하르방은 대부분 마을의 수호신이었답니다. 하지만 이 수호신들의 얼굴 표정은 무섭고 근엄하기보다 익살스럽고 편안합니다. 인간적이지요.
○ 군자의 상징
정감이 넘치는 돌확.
최근 서울 성북동 풍광 좋은 곳에 우리옛돌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무덤 주변에 조성한 능묘조각(문인석 장군석 석수 장명등 망주석 등)과 민간 신앙을 보여주는 동자석 장승(벅수) 솟대를 비롯해 석탑과 석불 등 돌 문화재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유물 1200여 점이 실내외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덤을 지키는 장군석에서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문인석에서는 차분함과 넉넉함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장승의 표정은 어떤가요? 그 천진하고 해학적인 표정에서 오래전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옛돌박물관 야외전시실을 걷다 보면 문인석 장군석 망주석 장승 하르방을 비롯해 석탑과 석불, 게다가 와불(臥佛·누워 있는 부처를 조각한 불상)까지 사람을 맞이합니다. 와불 앞에선 발길이 절로 멈추게 됩니다. 매력적인 체험이지요.
일본에서 환수해온 석물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공간도 눈길을 끕니다. 이 땅의 무덤을 지키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약탈당한 뒤 2001년 우리옛돌문화재단이 되찾아온 것들입니다. 환수해온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70점 가운데 문인석 47점을 전시하고 있어요. 문인석들은 주로 한 쌍으로 되어 있는데, 환수해온 문인석들은 짝을 잃어버린 것이 많습니다. 일본으로 밀반출되어 이리저리 유랑의 세월 속에서 짝을 잃게 된 것이지요.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