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재발 막으려면… 전문가 제언
“친권(親權)이라는 표현을 없애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다.”
아동학대 범죄를 주로 수사해온 황은영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은 이처럼 강조했다. 2014년 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14명인데 이 중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10명이나 됐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 10명은 “학대 신고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등 제도 개선이 중요하고 아이의 인권을 중시하는 의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신고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도, 장기간 결석한 아이들을 방치한 학교도 결국 ‘교육적 방임’의 가해자”라고 강조했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교사 임용이나 보수 교육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및 징후, 조치 등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과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미국의 9분의 1 수준인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을 지적하며 신고의무자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초중고교 교사와 의사 등 24개 직군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 하지만 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된 전체 아동학대 중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것은 30%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의 위반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고의무 위반 시 현행 과태료 부과에서 벌금형 이상으로 올려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양한 부모 교육 필요
이경숙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심리학)는 이번 사건을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빚어낸 최악의 참사’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친부 역시 어렸을 적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점에서 자아존중감이 낮고 정서조절 및 공감 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따라서 친부는 아이의 모든 행동을 반항으로만 여겨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학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은 “큰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아동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는 정책 담당자들의 태도”를,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턱없이 부족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