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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K리그 발전 위해” 머리 맞댄 구단 CEO들

입력 | 2016-01-20 03:00:00

연맹, 2014년 CEO 아카데미 설립… 年 2회 강사 초청 강의-토론 열공
2016년 시즌엔 순위 결정 방식 바꾸기로
일부에선 “탁상행정” 비판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달라지는건 없어




지난해 12월 ‘2015제2차CEO아카데미’에 참석한 각 구단 최고경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K리그 순위 결정 방식이 기존의 ‘승점→득실차→다득점…’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로 바뀐다. 규정을 바꾼 이유는 다득점을 앞세워 골이 많이 터지게 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클래식 경기 평균 득점은 2.39점. 전년(2.22점)보다 조금 올랐지만 과거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득실차도, 승자승도 아닌 다득점이 2순위인 리그는 찾기 힘들다. 세계 최초라고 할 만한 이 방식에 벌써부터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사회에 참석했던 박세연 전남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과거처럼 일방적인 규정이 아니라 구단들과 연맹이 오랜 토론 끝에 내놓은 결정이다. 프로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축구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오랜 토론’이라고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K리그 CEO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를 통해 꾸준히 논의해 왔던 주제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2014년 시작해 연 2회씩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축구의 요람’인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개최된 아카데미에는 클래식 14명, 챌린지 8명 등 22명의 구단 최고경영자(CEO)가 함께했다. 프로야구 kt, 일본 J리그, 미국 프로축구 전문가 등 종목과 국가를 초월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고, 강의와 토론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둘째 날 전북 이철근 단장의 ‘팬 서비스 증대’에 대한 발표가 끝났을 때는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역시 투자를 많이 하니 다르네….” 부러움은 경쟁의 어머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국내 프로구단들의 CEO는 ‘쉬었다 가는 자리’로 여겨지곤 했다. 스포츠와 무관한 일만 하던 임원이 구단을 맡는 경우도 많았다. 모르는 일을 하면 관심이 떨어진다. 자리 보전을 생각해 눈앞의 성적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연맹이 아카데미를 구상한 배경이다. ‘외면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 속에 출발했지만 아카데미는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졌다. 4차례 아카데미에 모두 참석한 박세연 대표는 “2013년 8월 구단을 맡은 뒤 체계화된 지식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전까지 다른 구단 CEO들과 공동의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경우는 없었다. CEO들이 제대로 알고 전파하면 아무래도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K리그는 2012년부터 유료 관중을, 2013년부터 선수 연봉을 공개했다. 수입과 지출을 밝혀 좀 더 합리적인 경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30년 가까이 지속된 관행이어서 처음에는 반발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며 연착륙했다. 아카데미를 통해 공감대를 다져온 게 큰 도움이 됐다. K리그에는 현대가(家) 구단 3곳(전북, 울산, 부산)이 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사업 추진에 대해 실무자들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을 때면 “이봐, 해 봤어?”라는 말로 도전의식을 부추겼다. “해 보니 정말 좋다”는 평가를 받는 아카데미도 시작할 때는 회의적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달라지는 건 없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