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사진부 차장
‘공유경제’의 모델로 등장한 ‘에어비앤비(Airbnb)’도 잡음을 달고 다닌다. ‘빈방을 세계 여행객들에게 빌려준다’는 건전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골칫거리가 생겼다. 방을 수백 개 보유한 전문 숙박업자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 ‘우버’와 같은 승용차 공유업계에도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보도사진계가 혁신적인 모델로 꼽는 ‘가상현실(VR)’도 보급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VR는 360도 촬영한 영상을 합성해 마치 실제처럼 볼 수 있게 하니 혁명이나 다름없는 시각물이다. 스마트폰에 끼워 보는 고글 모양의 VR기기도 인기다. 초반에는 카메라 수십 대를 동원해 촬영했지만 렌즈 2개가 장착된 40만∼50만 원가량의 보급형 카메라도 나오고 있다.
언론계도 VR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VR뉴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프랑스 파리 테러 현장 영상을 보여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VR가 뉴스 영상으로 활용되면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체험감을 준다.
하지만 새로운 기법이나 기술은 플립러닝과 에어비앤비처럼 의도가 좋다고 과정이나 결과까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반에는 엉뚱한 쪽에서 붐을 일으킨다. VR가 탄생한 미국에서 현재 콘텐츠가 가장 많은 분야는 성인물이다. 일부 게임 회사는 ‘19금’ 연애를 하는 시뮬레이션 VR게임을 개발했다. 반면 뉴스 분야에서는 제작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면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 문턱에 이르기 전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맞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부작용이 시장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1970년대부터 가정용 비디오(VTR)도 ‘은밀한 테이프’들 덕분에 보급이 빨라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술은 양날의 검이란 것을 인간은 잘 알고 있고 결국은 기술에 지배되는 대신 이용하는 길을 걸어 왔다. 아직은 엉뚱한 시장이 먼저 열리는 듯 보이지만 VR도 결국 문명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VR와 같은 영상 신기술이 뉴스 사진을 더 풍성하게 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