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무장은 동맹국 미국이 막고, 중국의 강력 제재 유발 핵물질 감춘 지점 못 찾아… 핵시설 폭격은 실효성 없다 전면전 또는 핵전쟁 감수해야… 미국의 핵우산 아래 제재, 압박, 협상을 혼합해 북의 레짐 체인지로 몰고 가야
황호택 논설주간
미국이 이란 핵과 같이 강하게 대응했더라면 북핵은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대북(對北) 제재의 관건은 중국에 달려 있지만 미국은 북한 핵과 관련해 중국과 정면충돌하거나 경제적으로 압박할 의사가 별로 없다.
이대로 가면 2, 3년 뒤에는 5차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고 북한은 수년 내에 수소폭탄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도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거나 휴지 조각이 돼 버린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미국의 전술 핵을 들여와야 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이나 이회창 전 의원 등 정치인들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미군의 전술 핵을 다시 한반도에 들여놓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한 뒤 한반도에 있던 핵탄두도 철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하는 ‘핵 없는 세상’에서 남한만 예외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원자력잠수함이나 항공모함에도 핵무기가 실려 있고 괌에 있는 핵폭탄은 4시간 이내에 한반도 상공에 도달한다.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는 부담보다는 이러한 미국의 핵우산으로 충분하다는 관점도 설득력이 있다.
북의 핵 시설 폭격은 전면전을 뛰어넘어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이라크의 원자로를 폭격해도 두 나라가 보복 대응을 못 했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핵협상 실패 시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폭격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갔다. 이스라엘의 폭격 준비는 미국과 이란에 동시에 압력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4차례의 핵실험을 완료한 현 시점에서 핵 시설을 폭격할 수는 있지만 핵물질을 감춰 놓은 지점을 찾아내 파괴하기는 불가능하다.
북의 핵 보유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더 개발하지 못하게 막자는 제안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에 가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시찰하고 돌아와 북이 현재 갖고 있는 핵을 인정하는 대신에 개발을 중단시키고 해외 유출을 막는 방안을 제의했다. 북의 핵폭탄이 늘어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에서 기발한 대안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북한을 공식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은 국제사회를 속이고 계속 핵개발을 진행한, 신뢰할 수 없는 상대여서 ‘현 수준 동결’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다. 옛 소련처럼 핵을 다량 보유한 나라도 결국은 국민의 봉기로 정권이 무너졌다. 방송, 전단,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핵이 주민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재앙의 근원임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을 묶어 주면서 잘만 활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써보기도 전에 내부로부터 무너질 것이다. 대중(對中) 외교를 통해 탈북자의 북송 중단을 얻어 낸다면 북한 정권이 휘청거릴 치명상이다. 북한이 정권 교체를 당하는 것보다는 핵 포기가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