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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나영석 vs. 무한도전 김태호

입력 | 2016-01-20 15:34:00


이적료 20~30억원에 전 국민적 관심? 더 이상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채널에 상관없이 ‘콘텐츠’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를 생산해내는 PD들이 브랜드화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MBC 김태호 PD와 CJ E&M 나영석 PD가 있다.



2013년 나영석(40) PD가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꽤 놀라운 뉴스였다.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공중파를 떠나 야생이나 다름없는 케이블 방송을 선택한 것도, 30억원이라고 소문난 어마어마한 계약금도 충격 그 자체였다. 나영석 PD는 당시 30억원 설을 부인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PD로서는 파격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에는 CJ E&M 측이 곧 계약이 종료되는 나 PD에게 연봉 25억원을 제안했으나 그가 거절했으며 대형 연예기획사에선 2백억원, 포털 사이트에선 1백억원의 몸값을 책정하고 그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증권가 정보지가 돌았다.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며 부인했지만 대중과 업계가 그를 평가하는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적한 후 제작한 ‘꽃보다’ 시리즈(할배 1 · 2 , 누나, 청춘) 모두 대박을 쳤고, ‘삼시세끼’ 시리즈(정선편 1 · 2, 어촌편 1 · 2) 역시 매회 시청률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인터넷으로만 방영된 ‘신서유기’ 역시 5천만 뷰를 돌파, TV에 기대지 않고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KBS 시절부터 함께했던 신원호 PD와 이우정 · 김대주 작가 등과 함께 나영석 사단을 형성, 예능의 판도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나영석 PD의 주특기는 평범한 소재에서 감동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흔하디흔한 ‘여행’에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할아버지 · 누나 · 청춘 등의 코드를 넣고, 그야말로 삼시 세끼 밥 해 먹는 것이 전부인 일상에 지역적인 특성과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부각해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식이다. ‘꽃할배’ 4인방(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을 비롯해 이서진, 최지우, 차승원, 유해진 등 예능과 거리가 멀었던 연예인들을 발굴해낸 것도 모두 나영석 PD다.

굳건한 팬 층을 거느린 MBC ‘무한도전’은 방송 10주년을 맞아 예능 프로그램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오는 1월 3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무한도전 엑스포’는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전철 대 인간 달리기, 조정, 가요제 등 방송에 등장했던 23가지 테마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입장권 판매(1천원)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예정.

‘무한도전’이 10년째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배경에는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의 인기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난 10년간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김태호 PD의 공이 크다. 김 PD는 사회적인 이슈를 예능에 녹여내고, 성찰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철거가 예정된 남산 시민아파트 · 동대문 연예인 아파트 · 오쇠삼거리(서울과 부천 시계에 위치)를 등장시킨 ‘여드름 브레이크’ 편, 일본 우토로 마을을 통해 잊혀가던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시 조명한 ‘배달의 무도’ 편, 비인기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했던 ‘봅슬레이’ 편,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던 1990년대 가수들을 심폐 소생으로 불러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 등은 웬만한 시사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이슈를 생산해내며 사회적 파급력을 발휘했다.

사실 10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홍철과 길의 음주 운전 후유증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고, 최근에는 박명수의 가발업체 홍보 논란으로 위기를 겪는 중이다. 매번 새로운 웃음 코드를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 김태호 PD는 “이제 웬만한 아이템은 다 해서 기획 회의 때마다 작가들과 새벽 3~4시까지 머리를 싸맨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지상파 매체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깊다. 김태호 PD는 한 강연에서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회사에) 건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시즌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영석 · 김태호 PD는 지금 예능계가 가장 주목하는 라이벌이지만 알고 보면 냉혹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찾아 동분서주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기도 하다.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사진 · 뉴스1 뉴시스 | 디자인 · 김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