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철희, 더민주 입당…“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
이철희 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방송하던 게 잘 돼 고수입이 있었음에도 포기하고 오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어릴 적 꿈이 정치가 바뀌어야 보통 사람 삶이 바뀐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한 번은 그런 꿈에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 싶어서 제 딴에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철희 소장은 “‘정치의 심장은 전략’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며 “감히 더불어민주당엔 전략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제 판단이라서 그런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철희 소장은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음에도 더민주를 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김한길 의원 보좌관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지만, 그 분 선택을 존중하고 그 분도 제 선택을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간적 관계가 있는 분이 탈당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철희 소장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감 전문▼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
2016년 1월 20일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편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
사진=채널A 캡처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