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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1인 미디어’의 신세계

입력 | 2016-01-21 03:00:00


요즘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미셸 판은 흙수저였다. 그의 부모는 달랑 20달러 쥐고 미국에 이민 온 베트남계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 늘 외톨이 신세였다. 혼자 노는 데 익숙했던 그는 어머니한테 배운 화장법을 바탕으로 2007년 골방에서 나 홀로 찍은 메이크업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판은 스무 살에 ‘1인 미디어’라고 불리는 1인 창작자의 대열에 합류해 인생 대역전을 이뤘다. 여성들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따라 하기 쉬운 그의 화장법을 주목했다. 유튜브는 인기 동영상에 광고를 곁들여 제작자와 수익을 나눈다. 그의 구독자는 800만 명, 한 해 수입은 16만 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유명 화장품회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5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지닌 회원제 화장품 쇼핑몰, 자기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 출범으로 영역을 넓혔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5년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인물 30인(아트&스타일 부문)’에 뽑힌 이유다.

▷평범한 개인의 1인 미디어가 글로벌 소통 창구로 떠올랐다. 어제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올해의 ICT 이머징 이슈’에서도 1인 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을 전망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최고 인기라는 ‘퓨디파이’의 구독자는 4000만 명, 1년에 1200만 달러를 번다. 국내서도 게임 실황을 전하는 ‘대도서관’은 월수입만 5000만 원이다. 신문에 종종 나오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은 이런 창작자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 지원하는 업체다. 개인방송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지상파도 이를 접목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예능을 시작했다.

▷서울대의 신입 교직원 공채 경쟁률이 73.5 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명문대 출신이 몰려든 배경은 ‘직업의 안정성’이다. 예전과 달리 1인 미디어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과 수익을 얻는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영상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안정된 일터만 찾기보다 새로운 도전에 눈 돌리면 좋겠다. 금수저가 아니라도, 별다른 스펙 없이도, 자기 재능과 열정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는 길이 열려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