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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가 된 ‘작은거인’ 서승운

입력 | 2016-01-22 05:45:00

현역 최단신 서승운 기수가 데뷔 4년5개월 만에 통산 300승 고지에 올라 역대 최단기간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감각적인 기승술과 탁월한 경주마 템포조절능력, 대담한 성격이 밑바탕이 됐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한국경마 ‘최단기간 300승’ 주인공

150cm 신장에 형사 꿈 접고 기수로 성공
탄탄한 체력·감각적인 기승술 최고 수준


어릴 때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었던 소년의 꿈은 형사였다. TV에서 본 형사는 사회 불의에 맞서 악당들을 퇴치하는 ‘슈퍼맨’이자 ‘배트맨’이었다. 형사는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도 커서 형사가 돼야지’하고 일찌감치 꿈을 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의 꿈은 더욱 굳어졌다. 형사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체력 실력 멘탈 등이 그것이었다.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소년의 키는 150cm에서 멈춰버렸다. 결국 ‘형사의 꿈’은 눈물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 소년은 커서 자기 키의 2배가 넘는 경주마를 타고 경마장을 누비고 있다. 그것도 최고의 기수로. 한국경마의 최단신 기수인 서승운(26) 기수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 한국 경마계 ‘핫 이슈’는 서승운 기수다. 2016년 1월부터 서울에서 부경으로 이적 후 활동 중이다. 올해 벌써 통산 27전 7승, 준우승 2회로 김용근 기수와 함께 다승 부분 공동 선두에 랭크돼 있다. 키 150cm. 현역기수 중 최단신. 그러나 활약은 2m 장신을 능가한다. 장거리 상위군 경주까지 가리지 않고 승수를 올리며 한국경마 최단기 300승 달성했기 때문이다.

서 기수는 지난 15일 부경에서 펼쳐진 제1경주에서 ‘도치’와 호흡을 맞춰 299승을 기록한 데 이어 7경주에서 ‘에버인에버’에 기승해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17일 일요경마에서도 ‘스틸더쇼와이’에 기승해 과감한 선두권 공략에 나서며 우승을 차지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다승 1위에 올랐다.

서 기수의 통산 300승은 데뷔 4년 5개월만으로 역대 최단기간 기록이다. 현역 기수 중 최고의 기수로 평가 받고 있는 문세영 기수는 데뷔 7년 만에 통산 300승 달성에 성공했고, 부경에서 최고의 기수로 군림했던 조성곤 기수(2016년 서울 이적)도 7년 만에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서 기수로선 통산 100승, 200승, 300승 모두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 기수가 이런 위대한 기록을 갖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전문가들은 탄탄한 체력과 감각적인 기승술을 꼽는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다진 체력은 ‘방전되지 않는 배터리’다. 기수 엘리트 코스인 마사고등학교 기수과를 졸업한 그는 고교 시절부터 탁월한 기승술로 이미 소문났다. 말 관리 또한 최고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데뷔 첫 해 12승을 기록할 만큼 떡잎부터 다른 ‘될성부른 기수’였다. 여기에 탁월한 경주마 템포조절 능력과 대담한 성격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300승 소감을 묻자 서 기수는 “그저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기본이 탄탄한 기수가 되는 게 목표와 함께 부경경마를 대표하는 기수가 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경마계 ‘작은 거인’이라는 데 토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긴 ‘기럭지’가 사회의 위너로 여기는 풍토에서 실력으로 ‘진정한 위너’가 됐다. 그래서 ‘작은 거인’ 서승운의 앞날은 더욱 밝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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