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주마의 작명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 사용금지
한글 2자∼6자…외국어는 8자까지 인정
경주마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 “마명 맘대로 지을 수 없다” 까다로운 마명 규정
마명등록규정에 따르면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한규정이 매우 많다. 정치인이나 TV스타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거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글자 수도 제한되어 있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로 제한되며 외국산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인정된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 ‘부움’이라는 웃지 못 할 마명을 보유한 마필이 있었는데, 이 마필은 외국산 말로 수입 당시 마명이 ‘BOOM’이었다. 한글로 그대로 쓰면 ‘붐’이지만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움’으로 등록하게 된 것.
또한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의 제목, 운동경기명 등도 제한받는다. 사람이름처럼 현존하는 국가명도 사용금지다.
● 이름 바꾸기? 사람보다 힘들어요
경주마의 경우 한번 부여된 마명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규정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한해 1회 마명변경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간해서는 ‘불가피함’을 인정받기 힘들다. 한편 경주에 출전했던 이력이 있더라도 경마시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꿀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극히 드믄 케이스다.
● ‘아줌마’가 ‘아저씨’ 뒤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
마명을 가장 많이 부르는 사람들은 바로 경마중계 아나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마중계 아나운서들이 뽑은 재미있는 경주마 이름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나운서들이 이구동성이로 꼽은 마필의 이름은 ‘아저씨’, ‘아줌마’였다. 두 경주마는 2007년 데뷔해 같은 시기에 서울경마공원에서 현역으로 활동했었던 마필이다. 다행스럽게(?) 한 경주에 편성되어 출전한 적은 없었지만 만약 같은 경주에 출전했다면 “3번마 ‘아저씨’가 10번마 ‘아줌마’를 혼신의 힘을 다해 추격하고 있습니다”라는 경마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이름들로 ‘앞서’라는 마필도 있었다. 이 ‘앞서’라는 마필이 앞서 달릴 때마다 아나운서는 “5번마 ‘앞서’가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라고 해야 했으니 아나운서가 재미있는 이름의 마필로 기억 할만하다.
아나운서들이 기억하는 특이한 이름이 또 있다. 바로 발음하기 곤란해 애를 먹었던 마필이름이 그것인데, ‘언어카운티들리’, ‘굿바이브레이션즈’, ‘비니비디비키’, ‘잇어팸리트데리션’ 등이 그것이다. 그냥 부르기에도 힘든 이 이름을 속도가 생명인 경마중계에서 불러대며 진땀을 흘렸을 아나운서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