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3’ 주인공 포 목소리 출연 잭 블랙 - 재미동포 여인영 감독 기자간담회
“‘쿵푸팬더’ 실사영화요? 제가 판다 의상을 입고 촬영하면 되죠? 어렵긴 하겠지만 굉장히 웃기겠어요. 하하.”(잭 블랙)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의 기자간담회. 이 영화에서 주인공 포 역할을 한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47)은 실사영화에서 액션을 소화한 배우처럼 등장했다. 블랙이 받은 첫 질문은 “포와 닮았다. 목소리가 아닌 실사영화에 출연할 생각은 없는가”였다.
그는 ‘쿵푸팬더’ 시리즈 주제가 ‘쿵푸 파이팅’에 맞춰 어깨는 올리고 배를 축 늘어뜨린 채 판다 걸음으로 어슬렁거리며 등장했다. 쿵푸를 연상시키는 몸짓을 선보이던 그는 조용히 등장한 여인영 감독(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44)과 수줍은 손하트를 연출하며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블랙은 간담회 내내 판다 포를 연상케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좌중을 웃겼다. 젊음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치즈버거를 언급하며 “먹고 뚱뚱해져 포처럼 주름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작품 속 탐나는 캐릭터를 묻자 “카이 같은 악역”이라며 ‘으하하하’ 소리 내 웃어 폭소를 유발했다.
하지만 영화의 교훈을 이야기할 때는 “포의 성장 이야기는 고향을 떠나 일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 감독은 블랙에 대해 “블랙은 포 그 자체다. 포라는 캐릭터에 대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칭찬했다.
여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이민을 갔다. 롱비치 캘리포니아대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한 그는 ‘쿵푸팬더’ 시리즈의 제작사 드림웍스에 들어가 업무보조로 시작해 2011년 ‘쿵푸팬더2’로 감독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첫 아시아계 여성이다.
여 감독은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인 ‘쿵푸팬더3’에서 무술 고수들의 기를 흡수해 더 강해지는 악당 카이를 등장시킨다. 여 감독은 “1편의 호랑이, 2편의 새와 겹치지 않는 악역으로 황소 카이를 찾았다”며 “힘세고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포가 쉽게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