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전화 안받자 홧김에 떼가… 경찰, 재물손괴 혐의 불구속 입건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26일 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피스텔에 차를 댄 뒤 근처 친구 집에 머물고 있던 김모 씨(32)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차를 빼달라는 오피스텔 주인의 요구였다. 연말을 맞아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 씨는 차를 댈 마땅한 장소가 없어 차를 그대로 둔 채 수차례 걸려오는 주인의 전화를 무시했다.
친구 집에서 3일 동안 머문 김 씨는 주차했던 차를 몰고 서울 신림동 집으로 돌아간 뒤 자신의 차를 확인하고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차량 번호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김 씨는 곧바로 오피스텔 주인에게 연락해 임의로 주차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번호판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오피스텔 주인은 “3일간 주차했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12만 원을 내면 번호판을 돌려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김 씨는 3일이나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둔 것이 마음에 걸려 주차비를 지불할 마음도 있었지만 주인의 황당한 태도에 화가 치밀어 경찰의 힘을 빌렸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차량 번호판을 임의로 떼어 간 혐의(재물손괴)로 오피스텔 주인 김모 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주 김 씨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화를 몇 통 했는데도 차를 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