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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에 존중없는 세태… 그래서 더 내 길을 가야죠”

입력 | 2016-01-22 03:00:00

배우 윤석화 데뷔 40주년 기념 ‘마스터 클래스’로 무대 올라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윤석화. 1975년 극단 민중극장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명성황후’ ‘넌센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등에 출연하며 대표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동아일보DB

“40년간 난 무엇을 위해 연기를 한 걸까? 앞으로 얼마나 무대에 더 설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길 때마다 자괴감에 시달려요. 하지만 40년간 배우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 그 사실만큼은 늘 감사하죠.”

배우 윤석화(60)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연극 ‘마스터 클래스’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은퇴 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펼친 실기 강의를 다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소프라노의 치열하고 위대한 삶, 화려함 뒤에 숨은 눈물 등을 그렸다. 1998년 국내 초연 무대에서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았던 윤석화는 18년 만에 같은 배역을 맡았다.

21일 서울 대학로 정미소극장에서 만난 그는 “우리 사회가 경험과 연륜을 존중하기보다는 젊고 신선한 것, 빠른 유행을 좇다 보니 중년 여배우로서 서글프기도 하다”며 “이 작품은 18년 전 은퇴를 결심할 정도로 힘들었던 나를 연기자로 다시 활동하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주연을 맡은 윤석화는 1997년 명성황후 뉴욕 공연 캐스팅 과정에서 탈락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세계연극제 공식 초청작인 ‘리어왕’ 연습 도중 돌연 홍콩으로 출국해 구설수에 올랐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를 다시 무대에 세운 이가 당시 여인극장 강유정 대표였다. 강 대표는 윤석화에게 마리아 칼라스 역을 제안했고, 윤석화는 노개런티 출연과 열연으로 화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윤석화는 그해 이 작품으로 최연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가 됐다.

이 공연은 40주년 기념작답게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는 임영웅 산울림극장 대표가 연출을, 구자범 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배혜선과 초연 멤버인 소프라노 이유라 등이 함께 출연한다.

임 연출가는 “40년 전쯤 처음 만난 윤석화는 매우 당돌하고 겁 없이 덤비는 배우였다”며 “실제로 같이 작업해 보니 작품을 깊이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당돌해도 괜찮은 몇 안 되는 배우”라고 했다. 윤석화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큰 응원이 필요해 임 선생님께 연출을 부탁드렸다”며 “늘 연극의 방향성을 일깨워 주시는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3월 10∼2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3만∼10만 원. 02-3672-3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