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그 전조(前兆)는 이달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이미 내비쳤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145개국에서 15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모여들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전시회 중앙 홀에 자리 잡은 소셜미디어센터도 눈길을 끌었다. CES 해시태그(#)가 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CES 열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는데, 6일 하루 동안 관련 트윗이 150만 개를 넘었다고 한다. 리트윗은 79만 개가 넘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열기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기술(IT) 제품 전시장을 가거나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 가면 시꺼먼 헬멧을 뒤집어쓰거나 커다란 헤드셋을 장착하고 체험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아직까지는 VR가 소비자층에 깊게 침투하지 않은 양상이다. 실제 이 단어와 관련한 연관어를 검색해보면 ‘장난, 게임’ 같은 단어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올 들어 VR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그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VR 하드웨어 제조사 오큘러스가 내놓은 ‘리프트’라는 제품은 이달 7일부터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SNS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Byo****은 ‘너무나 먼 시간, 5월에나 받을 수 있는 것을 지금…’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 회사 이름은 VR 연관어 검색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 제품은 7위에, ‘예약’이라는 단어는 9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VR 등장 빈도를 높일 소재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장에 나온 삼성전자의 ‘기어VR’는 출시 하루 만에 품절됐다. CES에서 삼성전자의 ‘기어VR 체험존’은 오픈 첫날에만 1만 명이 넘었다. 그 인기의 파도가 국내에도 몰아칠 기세다.
기어VR 체험존에서 롤러코스터 VR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괴성을 지르며 흥분하는 모습이다. @Am**은 ‘놀라운(amazing) 체험’이라는 글을 올렸다.
VR는 더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VR를 재활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던지기, 줄넘기 같은 경험을 가상 체험 형태로 보여주며 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VR를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VR로 고소공포증을 치료하고, 부동산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달나라로 소풍을 가는 세상이 지금 열리고 있는 것이다. 10년 안에 VR 매출은 220조 원으로 TV 매출의 2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니 어쩌면 VR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 작은 시장 규모가 실제 현실의 제약이었다면 VR의 세상은 무한히 넓다. 새로운 기회다. 그런데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VR를 어떻게 의미 있게 녹여낼지는 우리의 상상력과 의지, 실행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