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2013년 8월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란 책을 일부러 나오자마자 샀던 이유는 흠을 잡기 위해서였다. 지금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책은 34곳이 삭제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낸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는 여름이었는데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제국의 위안부’ 앞부분을 읽다가 열이 받아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읽어 보니 그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오히려 읽은 후 더욱더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생각은 더더구나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폄훼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아니다. 인터넷의 저질 댓글 문화에 지쳤던 사람이라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펼쳐지는 건설적인 토론에 깜짝 놀랄 것이다. 누리꾼들은 박 교수를 논박한 재일교포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 이를 재반박한 인문학자 정승원 씨의 글을 서로 링크해서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는 “그래도 박유하 교수의 논지는 잘못됐다”고 결론 내린다. 일부는 “그 반대 주장 근거는 어느 책을 보면 알 수 있나?”라며 탐구한다.
대중은 우매하지 않다. 귀를 가리고 눈을 막고 “이것만 알아라”고 외치는 것보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다”는 주장까지 모두 소화해 전체를 보려고 애쓴다.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을 받고 일본의 사죄를 받아들인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60명이 있다. 하나의 목소리만 강요한다면 이 60명을 ‘나쁜 변절자’로만 낙인을 찍을 것인가.
박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조만간 책 내용을 모두 무료로 공개해 국민들의 판단을 직접 묻겠다고 했다.
박 교수의 평소 발언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다’, ‘팩트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 내용을 삭제하고, 죄를 물어 벌금형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재판정에 선 위안부 논쟁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