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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해풍 맞고 자란 ‘강화순무’, 알싸한 맛이 일품

입력 | 2016-01-22 17:06:00


하얀 토종무와 영국산 섞여 100년전 탄생 … 과다섭취시 장내 가스 유발
 

인천광역시 강화도에서는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순무를 이용해 김치를 담근다. 생새우, 황태, 다시마, 멸치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고추가루 양념으로 버무린 순무를 넣고 숙성시키면 강화순무 김치가 완성된다. 순무는 일반 무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김치맛을 내려면 육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강화도 현지 순무김치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다가 실패하는 원인은 대부분 육수를 넣지 않아서다.
 
순무는 십자화목 십자화과 배추속의 식물로 분류상 무보다 배추에 가깝다. 생김새도 무와 다르다. 무는 밑동이 하얗고 윗부분은 녹색인 반면 순무는 팽이모양으로 둥글고 보라색을 띤다. 맛은 일반적으로 달면서도 겨자향의 인삼맛이 난다. 배추뿌리의 진한 향미도 느낄 수 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더러 있다. 국내에는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엔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강화도 특산물로 굳혀졌다. ‘강화도령’으로 알려진 철종은 왕으로 즉위한 이후에도 어릴적 먹거리였던 순무김치를 자주 찾았다.
 
순무의 학명은 ‘brassica rapa’다. 이 중 ‘brassica’는 그리스어의 ‘brasso(삶는다)’는 의미로 이는 켈트어의 ‘bresic(양배추)’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rapa’는 그리스어 ‘rapus’에서 유래된 말로 켈트어의 ‘rab’이 어원이다. 이 단어는 히브리어로 ‘치료하는 여호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화순무가 지금의 형태로 키워진 것은 100여년 전부터다. 이전까지 재배되던 하얀 토종순무와 영국산 보라색 순무의 교잡종이다. 영국산 순무는 1895년 강화도에 문을 연 해군사관학교에서 초빙한 윌리암 콜웰(William Callwell) 영국군 부부에 의해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항아리 형태로 진한 자주빛을 띠는 ‘루타바가’(rutabaga)와 삼각뿔 모양으로 육질이 연한 ‘터닙’(turnip)을 가져와 심었다. 이들 품종은 100여년간 강화도에서 자라며 토종 순무와 섞여 오늘날 강화순무가 됐다.
 
강화도와 인접한 경기도 김포와 전남 일부 지역에서도 순무를 재배하지만 강화순무보다는 품질이 떨어진다. 류기정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장은 “강화순무는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모래·진흙이 적절히 섞인 강화도 토양에서 자라 단단하면서 알싸한 맛이 난다”며 “같은 강화순무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은 노지 순무에 비해 덜 단단하고 과일처럼 아삭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지 순무는 1년에 두 번 재배하는데 봄에 파종해 6월경 한 번 수확하고, 7월에 다시 파종해 10~11월에 걷어 들인다”며 “비닐하우스 순무는 노지 순무보다 늦게 캔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토종) 순무를 오장에 이롭고 몸을 가벼워지게 만들며 기(氣)를 늘려준다고 여긴다. 순무씨를 볶아 기름에 짜서 하루 한 숟가락씩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빛이 영롱해진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순무가 ‘만청(蔓菁)’으로 적혀져 있으며 ‘봄에는 새싹을 먹고 여름에 잎을 먹으며 가을에는 줄기를 먹는 순무는 황달을 치료한다’고 덧붙여져 있다.
 
순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달아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음식 소화를 촉진하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체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피부에 작은 염증이나 종기가 났을 때 순무를 갈아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뱃속에 가스가 차고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먹어도 안된다.
 
순무의 약 91%는 수분이다. 100g당 단백질은 1.1g, 비타민은 2.8㎎, 탄수화물이 7.1g 등 함유돼 있다.
 
글/취재 = 동아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