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자회담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한 대북(對北) 압박으로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이란처럼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핵 공조에서 한국과 중국이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6자회담은 2003년 시작돼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북-미 대화 개시에 관한 9·19공동성명 등의 합의를 이뤘지만 북이 몰래 핵개발을 지속해 진척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북한 김정은의 4차 핵실험으로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중국이 강조해 온 ‘의미 있는 6자회담’은 어렵다는 인식의 변화를 뜻한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대화-압박의 투트랙에서 벗어나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5자 공조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이 6자회담을 주도하고 싶다면 대북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의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곧바로 반대함으로써 대통령의 발언은 빛을 잃었다. 과거에도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 5자회담 얘기가 있었지만 중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북핵을 이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5자든 6자든 회담의 형식보다 북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제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끌어내도록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저지도, 북핵 공조에도 실패한 외교안보 라인에 창의적 접근 방법을 주문하는 대통령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패에 대한 자성도 없는 외교안보 라인을 문책하지 않고 북핵 해결에 대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드러날지도 의문이다. 핵을 갖고야 말겠다는 김정은보다 우리 정부가 더 절박하게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야 북핵이 몰고 온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