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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우경임]美-中만 바라보는 외교부… ‘북핵 플랜B’ 있나

입력 | 2016-01-23 03:00:00


우경임·정치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 2주일을 넘긴 22일.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의 신년 업무보고는 박근혜 정부가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외교부는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했다. 요약하면 주변국이 힘을 합쳐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새로운 대목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외교안보 부처의 우선 과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안 도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다음 단계의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전날인 21일 외교부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브리핑에서도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을 경우 플랜B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지만 ‘플랜B’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를 보면서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가 최근 ‘북핵 해법’을 묻는 기자에게 반문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북핵 해결이 가장 시급한 건 우리 아닌가요?”

한국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바라는 중국과 미국에만 기대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중국의 ‘대화를 통한 해결’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와 같은 말이다.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지만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기엔 부담을 느낀다. 이 간극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조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북방외교를 주도했던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강대국이 한반도에 개입하면 통일은 어려워진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해결이 안 된다”며 “과거에 미국에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적으로 ‘미국이 끌고, 중국이 밀어주는 대북 제재’에 기대는 것으로 보이는 외교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큰 나라들을 상대해 끌고 가려면 공통 이익을 찾아 해법을 만들고 이를 실현할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들에게도 상상력 부족이 죄가 되는 위기의 시간이다.

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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