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1년 10월 일본 조슈 번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하야시 리스케는 아버지가 이토 가문의 양자로 가면서 이토 리스케가 된다. 1868년 메이지 정부 출범 후 효고 현 지사가 되면서 히로부미(博文)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이토는 일본인에겐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근대화를 이끈 영웅 중 한 명이다. 작가 도요타 조는 이토 전기에서 “일본의 근대가 이 사내에 의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내 없이 근대는 전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이종각의 ‘이토 히로부미’에서 재인용).
▷더구나 이토는 일본인에게는 안중근이란 ‘자객’의 총탄에 순국한 열사다. 놀라운 일은 이토 장례식 때 그의 죽음을 부러워하는 원로들이 많았다는 사실. “방 안 다다미 위에서가 아니라 만주 벌판에서 자객의 손에 쓰러진 것이 영광스러운 죽음이다.”(오쿠마 시게노부) 그의 초상은 가장 많이 쓰는 1000엔권(1963∼1984년 통용)에 들어 있었으며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동상이 있다. 조선총독부가 이토의 공훈을 기려 1932년 건립한 절이 박문사(博文寺)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