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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왜 할인의 덫에 걸릴까’… 사례로 보는 행동경제학

입력 | 2016-01-23 03:00:00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리처드 탈러 지음/박세연 옮김/628쪽·2만2000원/리더스북




베스트셀러 ‘넛지’ ‘승자의 저주’ 등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7년 만에 펴낸 저서다. 저자는 똑똑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에 대해 주목한다. 딱딱한 경제이론이 아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함께 공부한 유명 심리학자 마야 바힐렐. 그는 더블침대용 커버를 사고자 매장을 찾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한다. 킹사이즈 커버의 정상가는 300달러, 퀸사이즈 커버는 250달러, 더블사이즈 커버는 200달러였다. 때마침 물건이 세일 중이라 사이즈에 상관없이 모두 150달러에 판매됐다. 마야는 더블침대를 갖고 있지만, 할인 폭에 눈이 멀어 킹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만다.

‘두뇌 집단’도 때론 눈앞의 이익에 눈멀어 더 큰 손실을 보곤 한다. 1990년대 시카고 지역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던 ‘퍼스트시카고’는 고작 3달러 때문에 수많은 고객을 잃었다. 은행 측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을 권장했지만, 일부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은행 측은 ATM으로 가능한 업무를 처리하고자 은행원을 찾는 고객들에게 3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고객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가혹했다. 고객은 은행을 외면했고, NBC ‘투나잇쇼’의 제이 레노가 방송에서 “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면 3달러를 내야 한다”며 비판했다. 한 경쟁 은행은 지역 고속도로 지점에 ‘은행원 무료’라고 적힌 간판을 내걸며 반사 홍보에 나섰다.

저자는 이러한 ‘똑똑한 사람들의 어리석은 선택’의 이유를 이성과 비이성이 뒤얽힌 인간의 특성에 주목한 ‘행동경제학’에서 찾는다. 일반 경제학 이론이 사람들을 이성적이고 감정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 가정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쉽고 재미난 사례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