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흙건축硏 살림’ 김석균 대표
10년차 귀농자 김석균 씨는 전북 순창에서 동네목수를 양성하는 ‘마을건축학교’ 대표이자 흙과 볏집 등 자연재료로 집을 짓는 ‘흙건축연구소 살림’을 운영하는 자연생태 건축가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순창군 동계면에 거주하는 김석균 씨(52)는 동네 목수를 양성하는 ‘마을건축학교’ 교장이자 흙과 볏집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해 집을 짓는 ‘흙건축연구소 살림’ 운영자다. 그는 마을마다 동네 목수가 한 명씩 살고 농촌 사람들이 흙으로 만든 집에서 이웃과 어우러져 따뜻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 따뜻한 세상을 위한 건축
1998년 서울의 병원 원무과 직원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중장비를 운영하던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전통건축을 독학으로 익혀 갔다. 당시만 해도 한옥장인 팀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전주한옥마을 철거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옥의 구조를 익혔다. 내친김에 2001년부터 2년간 전남 장흥의 이남채 한옥대목장 아래 들어가 한옥 건축을 배우고 목포대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흙건축을 공부하면서 이론적 체계를 세워 나갔다. 2004년에는 호주에서 열린 스트로베일(볏짚공법) 워크숍에 참가해 다양한 자연주의 건축의 경향을 익혔다.
마을건축학교를 통해 동네 목수를 기르겠다는 그의 꿈은 2013년에야 구체화됐다. 10여 년 동안 전북 무주 장수 진안, 충남 공주 등지에 살면서 폐교를 찾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 2013년 순창의 빈 농협 창고를 매입하면서 정착하게 됐다.
○동네 목수의 귀환
김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마을건축학교에서 21회에 걸쳐 200여 명의 동네 목수를 양성했다. 귀농 예정자나 젊은 귀농자를 대상으로 3일에서 9일 동안 자연 재료로 집 짓기나 아궁이 개량, 단열을 가르쳤다. 집을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집을 고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그는 집과 공간 하나에도 수많은 기억들이 중첩돼 있기 때문에 버려진 집에 새로운 쓰임새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는 올해 순창군의 지원을 받아 홀몸노인 집 50채를 수리해줄 계획이다. 또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 교육프로그램 지원 공모에 뽑혀 작은 집 짓기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의 흙집은 흙벽돌을 쌓는 방식이 아니라 나무틀에 흙을 채워놓고 다지는 흙다짐 방식(담틀집)으로 짓는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의 아내 이민선 씨(42)는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를 맡으면서 건축 설계를 담당한다. 이 회사는 흙 미장재를 생산해 도시의 호텔이나 카페 인테리어를 시공하기도 한다. 이 회사는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지은 경남 김해의 어린이집과 순천의 흙집 등 지금까지 전국에 20여 채의 집을 설계 시공했다.
○청년 귀농자를 위한 셰어하우스
그는 젊은 귀농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10년 후 순창’의 열성당원이기도 하다. 귀농자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서로 나누고 공동체 복원과 마을 만들기도 함께 고민한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에 사는 만큼 장류와 누룩 등 발효식품 공부와 토종종자 육성도 빠질 수 없다. 직접 두부와 술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그는 지난해 마을 뒤 작은 땅을 구입했다. 이곳에 생태정원과 생태놀이터를 꾸며 도시의 아이들이 찾아와 흙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쉬면서 흙건축을 체험하는 마을관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다.
“농촌생활을 있는 그대로 즐겨라”
■ 김석균 대표가 말하는 귀농 팁
농촌에 들어온 지 10년째인 김석균 대표가 후배 귀농자에게 전하는 귀농, 귀촌 팁(Tip).
첫째, 어른들 보면 무조건 인사하라.
“어른들에게는 예절 바른 것이 제일이다. 인사 잘해서 손해 보는 법 절대 없다.”
둘째, 차 타고 가다 동네 노인들 보면 무조건 태워 드려라.
“반드시 보답이 뒤따른다. 이른 아침 밭에서 딴 호박과 고추가 대문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는 농촌에 살면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동네 할머니들이 계속 갖다 주시기 때문이다.
셋째, 이장님이 동네 권력의 핵심임을 명심하라.
“모든 정보는 이장에게서 나온다. 동네 평판의 생산자나 유통자도 이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가 머무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라고 말한다. 동네 목수다운 조언이다.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농촌생활 팁은 “귀농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골 생활을 즐겨라”다. 그의 생활 모토 역시 “적게 일하고 많이 놀자”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벌이는 필요하지만 농촌에서 큰돈을 벌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적게 쓰면서 생태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뜻한 세상을 위한 건축을 꿈꾸는 동네목수 김석균의 지론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