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종교인 릴레이 인터뷰]“적을 만들면 내 속이 먼저 죽습니다”

입력 | 2016-01-25 03:00:00

<2>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




《 “‘흙수저’ 젊은이들에게 야성(野性)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흙수저가 다른 곳에선 금수저가 될 수 있는데, 너무 경제적인 조건에만 얽매이지 말고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만난 정성진 담임목사(61)는 젊은이들의 좌절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


정성진 목사는 예배당에서 사진 촬영 도중 두 명이 들어오자 “교회 신자는 아닌데 누굴까”라고 말했다. 매주 출석 신자가 1만 명이 넘는데 다 기억하느냐고 묻자 “이름까진 몰라도 얼굴은 기억한다”며 “목자가 양을 알고 양이 목자의 음성을 알아야 제대로 된 교회”라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만인만색(萬人萬色)인데 오로지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 등 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교육부터 문제”라며 “젊은이들은 신이 자신에게 준 능력이 있음을 믿고 개성에 맞게 도전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 역시 흙수저였다. 공고 출신으로 취업에 8차례 실패한 뒤 가까스로 제약회사 생산직에 들어갔다. 방송통신대를 11년 만에 졸업한 그는 뒤늦게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목회자의 길을 걸었고 광산촌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당시 고양시 일산4동에 세운 교회는 현재 출석 신도가 1만 명을 넘고 부목사 59명, 직원 500여 명, 소모임 1000여 개가 있는 지역의 대표적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는 예산의 40%는 무조건 외부 지원 사업에 쓰는 것을 비롯해 대안학교 ‘광성드림’ 운영, 소액대출 사업, 북한 고아원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 모토 중 하나인 ‘상식이 통하는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원하는 상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말 그대로 교회 밖의 상식입니다. 교회는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이 동시에 필요한데 고속성장 시대에 개인 구원에만 치중해 왔어요. 그래서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왜 비난받는지 깨닫지 못하는 겁니다.”

그는 이른바 진영 논리에 빠져 타협할 줄 모르는 현실 정치의 문제점이 교회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교회 안에서 승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회의 방식을 소개했다. 발언을 3분 이상 하지 않고, 내용을 반복하거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으며, 찬반을 각 3번씩 얘기한 뒤에는 자동 표결한다는 것이었다.

정 목사는 또 안으로는 철저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과 밖으로는 끊임없이 표출되는 사랑이 상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말처럼 내가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양보하면 물질과 자리를 잃을 수 있지만, 대신 사람을 얻을 수 있잖아요. 적을 만들면 내 속이 먼저 죽어요.”

지금까지 교회 17개를 분가(分家)시킨 그는 현재 신자 1만 명도 많다며 5000명으로 줄 때까지 분가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같이 잘되는 공동체를 위해 주변 70개 교회를 도우면서 이 역할을 위한 전담 목회자까지 두고 있다.

정 목사는 올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에 대해 ‘다움의 회복’을 들었다. “논어에서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며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하죠. 저는 정정경경종종민민(政政經經宗宗民民)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경제인은 경제인답게,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사고하고 행동해야죠.”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