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훨씬 엄격해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촬영 행위를 처벌한다. 업스커트 포토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철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찍었다가 처벌받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다만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 정도나 부각 여부, 촬영 각도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제3자의 관점으로 판단한다.
▷최근 대법원은 호감을 느낀 여성을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몰래 얼굴 없는 상반신을 찍은 한 남성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재판을 다시 하도록 돌려보냈다. 피해 여성은 수치심과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촬영한 가슴 부위가 노출은커녕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애초 이 정도 사진을 몰카의 범위에 넣은 것이 무리였다. 다만 생면부지의 남성이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온 행동에 여성이 공포를 느꼈다면 달리라도 처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