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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미덕이 사치로 보이는 순간

입력 | 2016-01-26 03:00:00


타일 모자이크 ‘지저분한 바닥’(폼페이 2세기경).

고대 로마의 모자이크. 제국의 도시 폼페이에서 발견되었지요. 상업과 농업이 두루 발달했던 항구도시는 빈부격차가 컸습니다. 도시 빈민은 무료 급식소에서 곡물 빵으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하지만 거부들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진귀한 음식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연회 장소는 규모와 꾸밈의 수준이 미술관급인 저택이었지요. 긴 벽면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채우고, 꽤 너른 바닥은 모자이크로 장식했어요. 저택 식당 바닥에 자리했던 ‘지저분한 바닥’처럼요.

타일 산업이 발달한 고대 도시답게 모자이크의 정교함이 돋보입니다. 당대의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담은 미술이라고 할까요. 작은 조각들이 모여 음식물 형상을 이룹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떠도는 음식 이미지와 그 모습이 사뭇 다릅니다. 모든 먹을거리는 첫술을 뜨기 직전이 아닙니다. 식사 이후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잘 발라 먹은 게는 다리만 남았습니다. 가지를 드러낸 포도송이에 달린 알맹이도 세 개뿐입니다. 조개껍데기와 자투리 콩도 눈에 띕니다. 식당 바닥 음식들에 쥐도 신이 났군요.

음식 남기기는 당대의 미덕이었습니다. 다 먹고 접시를 비우면 손가락질을 당했고, 덜 먹고 바닥에 버리면 예의바름을 인정받았지요. 산해진미를 만끽했던 시절의 그림에는 구역질하는 사람이 종종 등장합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일부러 게워내는 손님입니다. 눈살 찌푸릴 일입니다. 하지만 고대 도시에서 구역질은 식사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연회장에는 음식 게워내기를 도울 깃털까지 갖추고 있었답니다. 변치 않을 풍요의 흔적이 새겨진 모자이크는 이런 시대의 포만감을 보여줍니다. 식탁 위가 아니라 식당 바닥에서 음식의 사치와 낭비가 허용되었던 시절의 자신감을 만납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집밥을 먹은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일곱 명 대가족이어서일까요. 오늘 저녁도 주인 없는 밥그릇이 두 개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밥과 찬을 정리합니다. ‘지저분한 바닥’처럼 함께 충분히 먹고 남긴 음식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느라 먹지 못한 식구들의 끼니입니다. 우리 시대 차고 넘치는 대결의 밥상, 별점의 음식이 꼭 그림의 떡인 것만 같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