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지원여부 타진에 답변없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사진)이 결단을 내려 과감한 자구안을 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마땅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대 국적 선사 중 하나인 현대상선이 극적인 생존의 길을 찾을지, 끝내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설지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해운업황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2013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문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등 자구계획을 나름 충실히 이행해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이 △자산 추가 매각 △유상증자 △공모사채 출자전환 등의 방안을 자구안에 담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최근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이 1500억 원에 이를 인수하고 현대상선 부채 50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이번 매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은 부채 비율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현대증권 재매각도 옵션으로 거론된다.
자산 매각 외에 유상증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과거 ㈜STX의 경우처럼 공모사채를 출자전환해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선택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고(高)용선료가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용선료 재협상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안으로는 현대상선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생존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KDB대우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자산을 추가로 팔아봤자 돈 될 만한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상증자, 공모채 출자전환을 성공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당장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칠 수 있고 공모사채 출자전환도 일일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난제(難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정관리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지키기 위해 용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과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희생의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