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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상위권 도약 위해 스프링캠프도 이원화”

입력 | 2016-01-27 05:45:00

KIA 김기태 감독은 팀에 좋은 기운을 잘 불어넣어주는 지도자다. 올해도 KIA는 객관적 전력상 약체로 평가받지만, 김 감독은 끈끈한 팀을 만들어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 구상

10. KIA 김기태 감독

작년 꼴찌후보였지만 즐거운 야구
우리 강점은 부족함 채우는 팀워크
캠프 이원화로 올 시즌 체력 안배
리더십 철학?선수 때 마음 그대로


KIA 김기태(47)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 해마다 시련 속에서 출발했다. 2012년 LG 사령탑으로 데뷔했을 때는 주축선수 3명(조인성·이택근·송신영)이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것도 모자라, 사상 초유의 경기조작 사건에 연루된 주축투수 2명까지 이탈하는 등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그의 감독 데뷔 시즌 성적은 7위. 그러나 이듬해 LG는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해 최종순위 3위를 기록하는 기적을 썼다.

그는 선동열 감독의 퇴진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고향팀 KIA에서 두 번째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직전 2시즌 연속 8위에다 키스톤 콤비 안치홍-김선빈의 동반 군입대 등 또 한 번 험난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꼴찌 후보’였던 KIA는 지난 시즌 막판까지 5위 싸움을 벌였고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선수시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적은 없었지만, 감독이 돼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KIA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김기태 리더십’이 또 부임 2년차 매직을 재현할 수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을 26일 전화로 만났다.

● 서로 부족함 채우는 팀워크,팬들에게 즐거움 주자!

-지난해 부족한 전력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선수들이 잘 해줬다.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는 팀워크가 잘 맞았던 것 같다. 모자란 부분은 조금 도와가면서 해주는 것, 지금 우리 팀 장점은 그것이다. 작년은 초석을 다지는 한 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약체라는 평가에서 마지막까지 팬들을 위해 잘 뛰었는데,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어렵게 한 시즌을 보내면서 특별히 고마운 선수, 마음속 MVP를 꼽자면 누가 있나.


“우리 팀 에이스 양현종이라든가 윤석민, 두 친구가 앞뒤에서 잘해줬다.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해줬다. 부족한 선수들도 있지만, 각자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올해 더 좋아지지 않겠나.”

-뒤늦게 복귀가 결정된 윤석민을 마무리로 배치한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됐다. 구단 역사상 17년만의 30세이브로 마무리 숙원을 풀었지만, 또다시 원점이다.

“그때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당시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우리 팀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고 다행히 잘 됐다. 올해는 선발로 잘해줄 것이다. (윤)석민이한테는 1년만 팀을 위해 도와달라고 했었다. 이제 선발로테이션은 좋아졌지만, 마무리는 작년 이맘때처럼 원점으로 돌아갔다.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


● 리빌딩은 자연스럽게! 리더십은 선수 입장에서!

-지난해 목표는 리빌딩이었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리빌딩도 했지만…. (잠시 뒤) 우리 선수들이 주위의 약체라는 평가에도 처음 캠프 때 약속했던 것처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야구를 마지막까지 잘해줬다. 마지막 몇 경기는 아쉬웠지만, 선수들도 느낀 부분이 많을 것이다. 캠프에서 보니 젊은 선수들도 나름 성과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 남은 선수들도 잘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 올해 목표는 뭐…. (잠시 고민하더니)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위팀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즉답을 피하며) 음…, 순위는 항상 반이 위지 않나(웃음).”

-올해 애리조나와 광주(함평)로 캠프를 이원화해 화제를 모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애리조나까지 비행거리가 상당한데, 또 오키나와로 가야 한다. 캠프 기간이 길어지면 선수들의 바이오리듬이 깨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은 기술훈련이 필요해서 일찍 시작했지만, 베테랑 선수들은 갖고 있는 개인기량이 있다. 그 대신 부상을 입으면 회복시간이 길어지고, 아니라도 시즌 때 많이 지칠 수 있다. 144경기 체제에 대비해 평소 생각해놓았던 것이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이원화한 캠프나 체력테스트 등 선수들에게 알아서 책임감을 갖도록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리더십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철학까지는…, 허허. 지금 감독이지만 항상 선수 때 마음으로 한다. 선수들 마음,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일이든 잘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못하는 한두 사람 때문에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나. 또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김 감독은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다. 늘 그렇듯, 자신의 말 한마디가 행여 타인에게 누를 끼치거나 누군가에게 실망이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동행이라고 했으니까요. 다같이 한 번 잘해볼게요”라고 평소 강조하던 ‘동행’을 언급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와 변화하고 있는 KIA 선수들이 함께 만들 2016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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