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이용자 월평균 2.6회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 잡는데… ‘손님 골라 태우기’에 악용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스마트폰의 앱 택시 서비스가 택시 운전사들의 신종 승차 거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이 목적지를 앱에 입력하기 때문에 운전사들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손님만 골라 태우는 것이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앱 서비스 운영 회사나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서울·인천·경기지역 앱 택시 이용자 1000명과 운전사 10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승객들은 한 달 평균 4.3회 택시를 이용했고, 이 중 앱 택시 서비스 이용이 2.6회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말 카카오택시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에 앱 택시 이용이 전체의 60.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앱 택시 서비스 이용 실태가 체계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앱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것은 이용자들이 택시를 부를 때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전사들은 이를 확인하고 쉽게 거부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 운전사 이명수(가명) 씨는 “승객이 호출할 때 여러 운전사에게 동시에 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도착지가 아니면 무시한 채 다른 승객을 찾아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승객은 ‘거짓 호출’로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의 한 택시 운전사 카페에는 “택시에 타면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요청하는 손님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일각에서는 승객들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호출하도록 앱 택시 운영 회사들이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시작된 고급형 택시호출서비스인 ‘우버 블랙’은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고 차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해 골라 태우기를 방지했다고 주장한다.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나 지역을 운행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탄력적인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센터장은 “지자체들이 영국처럼 탄력 요금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앱 택시 운영사들도 골라 태우기를 막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