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한국 수출에도 먹구름
LG화학 이사회는 26일 2011년 12월부터 추진해온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 투자를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 국영 및 민간 회사와 합작해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에틸렌 생산 플랜트를 만들고 있었다. 2011년 말 배럴당 106달러(브렌트유 기준)였던 유가가 현재 32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가스를 원료로 쓰는 에틸렌의 가격경쟁력이 사라진 것. LG화학은 추진 중이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같이 철회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태양광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져서다. LG화학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불황에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두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초만 해도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20∼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종으로는 조선업이 꼽힌다. 신흥국의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업종은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자 대규모 공사의 발주처인 중동 산유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당장은 값싼 가격에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만든 제품의 정제 마진이 큰 폭으로 확대돼 저유가 덕을 보고 있지만 전 세계적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 정유업도 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유가 하락은 제품 가격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히지만 유가 마진을 뛰어넘는 치열한 경쟁과 환율 등의 악재로 수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저비용 항공사들의 약진으로 영업이익률 하락을 걱정하고 있고 자동차업계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의 매출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계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산유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받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지속됐던 무역 규모 1조 달러가 지난해 깨진 데에는 저유가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와 매출이 연동되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36.6%, 21.4% 감소했고 산유국의 조선 건설 철강 수요가 감소해 관련 업종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유가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 생산비용을 연구개발 투자로 돌려 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