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랭크 와일드혼 “한국은 내게 연애상대 같은 나라”

입력 | 2016-01-27 03:00:00

美 브로드웨이 거장 작곡가,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 지원차 방한




최근 ‘드라큘라’의 주인공 김준수를 위해 세 곡을 따로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준수는 대담하면서도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특별한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금 이 순간∼마법처럼∼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뮤지컬 넘버(노래)가 있다. 배우 조승우가 불러 유명해진 넘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다. KBS ‘불후의 명곡’, MBC ‘일밤―복면가왕’ 같은 가요 경연 프로그램의 단골 곡목이자 뮤지컬 오디션에서 남자 배우들이 많이 부르는 애창곡이다.

귀에 ‘착 감기는’ 이 곡은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7)의 손에서 탄생했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무려 11개에 달한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몬테크리스토’ ‘카르멘’ ‘스칼렛 핌퍼넬’ ‘천국의 눈물’ ‘보니 앤 클라이드’ ‘데스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방한한 그는 현재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와 제작비 250억 원이 들어간 ‘마타하리’ 초연을 앞두고 서울에서 분초를 다투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관객과 첫 인연을 맺은 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한국은 내게 ‘연애 상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 매년 언론에서 쏟아내는 올해의 뮤지컬 기대작에는 늘 그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2013년에는 1년간 그의 작품이 5개나 연달아 공연되기도 했다.

그의 노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많은 배우들에 의해 불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특별하게 여기는 뮤지컬 배우는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에 출연한 김준수다. “준수는 특별한 아티스트예요. 무모할 정도로 대담하면서도 섹시한 목소리를 가졌죠. 기회가 된다면 꼭 뉴욕에서 준수와 함께 앨범을 작업하고 싶어요.” 그는 김준수와 영어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준수에게 영어 실력을 조금 더 늘리라고 자주 ‘압력’을 넣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23일 막이 오른 ‘드라큘라’ 재공연에서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를 위해 세 곡을 추가로 작곡했다. 그는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드라큘라 프로덕션 중 한국 프로덕션에만 ‘라스트 스탠딩 맨(Last Standing Man)’ ‘쉬(She)’ ‘노스페라투 레시트(Nosferatu Recit)’ 3곡이 추가됐다”며 “김준수의 음색에 맞춰 작곡한 곡”이라고 했다.

와일드혼 음악의 특징은 한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대중적인 멜로디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뮤지컬 음악 이전에 팝 음악을 작곡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0년대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Where Do Broken Hearts Go)’를 비롯해 내털리 콜, 케니 지의 노래 1000여 곡을 작곡했다. “작곡은 낚시와 같아요. 음악적 영감은 항상 주변에 널려 있죠. 제가 어떤 걸 잡아끌어 올리느냐에 따라 작은 물고기일지 대어일지가 결정됩니다.” 공연은 2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4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