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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공백 못 느끼게 하겠다”

입력 | 2016-01-27 03:00:00

프로야구 두산 호주 스프링캠프… 민병헌의 새 도전




훈련을 마친 민병헌이 배트와 공을 정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드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여름을 맞은 호주 시드니의 기온은 요즘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는 땡볕에서 4시간 넘게 타격, 수비, 주루 훈련을 반복한다. 온몸은 땀범벅이 됐어도 그의 표정만큼은 밝았다. 15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열렸던 블랙타운 파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야구 두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민병헌이다. 26일 만난 그는 “올해도 지난 시즌처럼 내 자신에게 100점 만점을 주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연이어 우승의 기쁨을 맛본 민병헌에게 2016시즌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무대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진출하면서 두산은 중심 타선에 공백이 생겼다. 민병헌은 그 자리를 메울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민병헌은 “타순 배치는 감독님이 결정하실 부분”이라면서도 “지난해 1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3번 타자도 해봤는데 3번 타자는 공격 기회를 자주 얻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격의 흐름이 끓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내심 클린업 트리오를 향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번(정수빈), 2번(허경민)은 그대로 가고 4번은 28일 합류하는 외국인 타자(닉 에반스), 3번은 병헌이의 기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병헌이는 고민이 많아 타석마다 일희일비하기도 하는데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4번 타자에게는 아무래도 상대 투수의 유인구와 변화구가 많아지므로 3번 타자의 발이 빠른 건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의중을 파악한 듯 민병헌은 “앞으론 뛰는 야구에 신경 쓰겠다. 도루 수를 늘리고 악송구가 났을 때 한 베이스라도 더 가려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즌 후반부 체력이 떨어져 고생했다. 올해에는 144경기 가운데 140경기 이상 뛸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15경기를 빠진 민병헌은 전반기 0.321이던 타율을 후반기에 0.283까지 까먹었다. 1번 타자로는 타율 0.330(294타수 97안타) 9홈런 45타점이었지만 3번 타자로는 타율 0.266(184타자수 49안타) 3홈런 27타점으로 주춤거렸다.

“훈련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는 민병헌은 오전 오후 훈련에 이어 매일 밤 숙소 호텔 옆 공터에서 300개가 넘는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쉬는 날 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습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늘 야구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더라”며 “민병헌의 훈련량이 팀 내에서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파크에서 팀 후배 정수빈(오른쪽)이 던져주는 공을 치고 있는 두산의 민병헌. 매일 밤늦게까지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민병헌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현수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각오다. 스포츠조선 제공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된 민병헌은 “후배들에게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훈련 나가기 전에 방에서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에서 동료들보다 먼저 몸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아내, 두 딸(2세, 3세)과 나누는 화상통화에 힘든 줄 모른다는 그는 “올해는 팀 타선에서는 물론 가장으로서도 중심을 지키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드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