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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바르사 맨’ 백승호-이승우, 그 뒤엔 카탈루냐 플랜이…

입력 | 2016-01-27 03:00:00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바르사) 후베닐A 소속인 백승호(19)와 이승우(18)가 25일 유소년팀 최상위 리그인 디비시온데오노르 마나코르와의 방문경기에 나란히 선발로 출전했다. 둘은 서울 대동초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다.

후베닐A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바르사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 ‘라 마시아’의 최상 단계로 성인 2군인 바르사B의 바로 아래 있는 팀이다. 후베닐A에서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성인 팀 진출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라 마시아에는 연령과 기량에 따라 나눠진 15개의 유소년 팀이 있다.

백승호는 2010년, 이승우는 2011년에 라 마시아에 들어갔다. 둘 다 13세 때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였다. 둘은 어떻게 바르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백승우와 이승우가 또래에 비해 아무리 공을 잘 찼다고 해도 바르사의 유소년 스카우트가 둘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오지는 않았다.

백승호와 이승우가 바르사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데는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의 ‘카탈루냐 플랜’이 큰 역할을 했다. 유소년연맹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 산하 유소년 팀 스카우트들에게 국내 유소년 유망주들의 기량을 보이기 위해 2009년 카탈루냐 플랜을 가동했다. 카탈루냐 플랜은 유소년연맹이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연고 클럽의 유소년 팀을 초청해 현지에서 직접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첫해인 2009년에는 바르사, 에스파뇰 등 카탈루냐 지역 4개 유소년 팀과 한국 유소년 선발팀 등이 참가했다. 여기서 라 마시아의 스카우트 눈에 든 선수가 백승호였다.

카탈루냐 플랜을 통해 백승호가 바르사 유니폼을 입게 되자 국내 중학교 감독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소년연맹이 국내 유망주를 해외로 빼돌린다는 것. 하지만 유소년연맹은 한국 축구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카탈루냐 플랜의 방향이 맞다고 봤다. 그리고 계속 밀어붙였다.

카탈루냐 플랜 2년째에는 동갑내기인 이승우와 장결희가 스페인 현지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장결희는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 영입에 엄청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감독은 유소년연맹에 한 가지 요청을 했다고 한다. “장결희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까지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 하지만 절대로 스페인 클럽들로부터 별도의 입단 테스트를 받게 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장결희는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만으로 라 마시아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아버렸다. 이렇게 해서 장결희도 이승우와 함께 2011년 바르사 유니폼을 입었다.

라 마시아는 스페인어로 농가(農家)라는 뜻이다. 농사를 지어 작물을 재배하듯 재능 있는 유망주를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바르사가 지은 이름이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불리는 백승호와 이승우, 장결희를 기른 공이 라 마시아에 있다면,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토양에 씨를 뿌린 공은 유소년연맹에 있다.

유소년연맹은 바르사가 국내 유소년을 더 이상 영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2012년부터는 카스테욘으로 지역을 옮겨 비야레알, 발렌시아, 레반테 등의 유소년 팀을 초청해 대회를 열고 있다. 백승호와 이승우, 장결희의 뒤를 잇는 유망주가 계속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