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얼마 전 노후 설계 관련 강의장에서 한 남성 참가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지금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모자라는 노후자금 때문에도 그렇지만 퇴직 후 30∼40년 동안의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수입을 얻는 일이든, 취미 활동이든, 사회공헌 활동이든 일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다. 이런 취지의 강의를 했는데 듣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누가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가? 집에 있는 아내들은 남편들의 이런 답답한 심정을 알고나 있는가? 이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아내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상실감에 빠져있는 남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돈이 되든, 안 되든 남편들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아내들이 해야 할 일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남편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남의 눈을 의식함이 없이 긍지를 갖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남편들 또한 노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퇴직을 했는데 ‘삼식이’니 ‘영식이’니 하는 조롱 섞인 말을 들으면 화도 나겠지만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남편의 60% 정도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 한 반면, 남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아내의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아내들은 힘든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해서 돌아온 남편들을 왜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00세 시대가 되면서 퇴직 후에 부부 단둘이만 사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종래에는 자녀를 여럿 낳는 데다 수명도 짧고 손자손녀를 봐 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가 독립한 후, 남편과 아내 단둘이만 사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2013년 ‘부부 단둘이 사는 시간이 1.4년’에 불과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자녀를 적게 낳는 데다 수명까지 늘어난 오늘날에는, 부부 단둘이만 사는 시간이 20년 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사상 그런 경험이 없다. 단둘이 사는 데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남편과 아내의 은퇴관의 차이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인 것도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본의 은퇴 전문가 오가와 유리가 2014년 ‘일본의 인기 있는 은퇴 남편 1순위’를 소개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 건강한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상냥한 남편 중 그 어느 것도 아니고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것이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