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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글로벌 인재가 외면하는 나라

입력 | 2016-01-27 03:00:00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라는 저서를 낸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신기욱 교수는 “미국 사회를 이끄는 혁신의 힘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회사 설립자 절반이 외국 태생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처럼 인도계 최고경영자(CEO)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체류 중인 신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에 ‘외국인’ ‘여자’는 없고 ‘한국인’ ‘남자’만 있다는 소릴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애플 구글과 경쟁하려면 인종을 섞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웨덴 에릭손 본사 직원 국적은 10여 개가 넘는다. 이 회사 최고마케팅책임자의 첫째 업무는 전 세계를 훑으며 인재를 찾는 일이다. 네덜란드 혁신기업 미디어몽크도 직원 400여 명의 국적이 26개나 된다. ‘인적자본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흔히 한 국가의 부를 말할 때 외환이나 금 보유액, 사회간접자본을 떠올리지만 사실 국부(國富)의 4분의 3은 사람”이라고 했다.

▷4년 전 이건희 회장이 “5년, 10년 후를 위해 ‘S급(최고급) 인재’ 확보” 특명을 내렸건만 삼성전자가 3년째 소프트웨어센터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겨우 섭외한 인재들에게 실리콘밸리 수준의 연봉을 제시해도 “외국인 학교가 없다” “재취업이 어렵다” “인종차별이 심하다”며 손사래를 친다는 것이다.

▷2014년 인시아드(유럽경영대학원)가 발표한 ‘글로벌인재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이민자들에 대한 관대성 분야에서 48위였다. 10위권 경제규모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외국 석학들은 “한국처럼 단일민족이 만들어내는 성장모델은 한계를 맞았다”고 경고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를 극복하려면 2060년까지 736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민자들이 뿌리내릴 수 있게 피부색이나 문화의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면 인재가 한국을 찾아올 리도 없고, 온다 해도 능력 발휘를 할 수 없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