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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플러스 고전에서 배운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주장을 팽개치다

입력 | 2016-01-27 10:44:00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 『지낭(智囊)』편 10회




◆1◆

북송 시기 조보(趙普)가 재상으로 있을 때였다. 그는 집무를 보는 자리에 있는 병풍 뒤에 큰 항아리 두 개를 놓고는, 누군가가 이해득실을 논하는 상소를 올리면 모두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항아리가 다 차면 큰길가에 내다가 태워버렸다.

◆2◆

남송 시기 이항(李沆)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라의 재상으로 있으면서 실로 보탬이 되는 큰일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다만 이해득실을 늘어놓는 의견은 일절 상대하지 않았으니, 부족하나마 이로써 나라에 보탬이 되었을 따름이다. 지금 나라의 여러 제도가 이미 매우 세세히 갖춰져 있는데, 만약 그러한 의견을 가벼이 좇아 일일이 행한다면 손실이 매우 클 것이다. 소인들이 그저 일시적으로 올린 진언에 어찌 장기적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겠는가?”

◆3◆

남송 시기 이학자(理學者) 육구연(陸九淵)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내가 관리로서 국정을 돌보며 지나친 국록을 먹었으니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생각건대 그나마 옳았던 것은, 사방에서 주청이 있을 때마다 조정 대신과 머리를 맞대고 개혁할 부분이 있는지 자세히 논의한 일이다. 서생이나 귀족은 민간의 실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가벼이 주청을 올리는데, 일단 실행을 해서 법령으로 반포되면 수많은 백성이 해를 입는다. 그래서 매번 동료 관료와 더불어 열심히 헤아리며 열띤 토론을 벌였고, 현명한 성상께서도 이를 일찍이 간파하고 그런 주청을 물리치셨다. 이처럼 의견을 취합하고 조사해 검토하는 일로 대관(大官)의 국록을 받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하겠는가? 이 일에는 겨우 그 만분의 일만 한 가치밖에 없으리라!”

◆평어(評語)◆

남송의 나대경(羅大經)은 이렇게 말했다. “예부터 말하기를 ‘충분한 이익이 없다면 법령을 바꾸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이 말은 기존의 것을 개혁하는 일을 경솔히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의 폐단을 좌시하기만 하고 고치지 말라는 말인가? 그러나 이들은 폐단은 개혁하되 이로써 법령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며, 단지 폐단 때문에 법령을 바꾸는 것은 불가함을 알지 못한다. 법령을 지키지 않아서 폐단이 생기는 것이지, 어찌 법령 자체가 폐단을 생기게 한다는 말인가! 한기(韓琦)와 범중엄(范仲淹)이 북송 인종(仁宗) 경력(慶曆) 연간에 훌륭한 업적을 세운 것도 폐단은 개혁하되 이로써 법령을 보존했기 때문이다. 왕안석(王安石)이 북송 신종(神宗) 희녕(熙寧) 연간에 법령을 바꾼 것은 폐단 때문인데,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으니 이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풍몽룡 지음|문이원 옮김|정재서 감수|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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