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찬 KTB투자증권 미주법인 대표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모바일 중심의 생활이 삶 전체를 바꿔놓았다. 모바일을 통해 물건을 사고, 택시를 이용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급진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바일 중심의 생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온라인 거래는 전체 상거래의 약 6%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둘째, 닷컴 버블 때와 달리 많은 기술 벤처기업들이 실제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도 닷컴 버블 시기와 비슷하지만 회사의 이익 증가로 지수가 상승한 것이고,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과열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면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최근 벤처 회사들의 매출이 높지만 적자 역시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스냅챗은 300만 달러의 매출에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지만 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비이성적인 투자 행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한다. 회사도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일단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투자 대비 회수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벤처 투자는 닷컴 버블 이래 최대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기업의 상장 또는 인수합병(M&A)은 낮은 수준을 보여 자금의 유입 대비 회수 비율이 낮다.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다. 거품 찬반 양측 모두 성장의 끝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버블의 규모와 시점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1999년 닷컴 버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거품 때도 ‘신경제’라는 용어로 ‘이번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버블은 결국 붕괴됐다. 물론 버블과 버블 붕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버블은 다양한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구글은 닷컴 버블, 페이스북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회사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