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밀거래 수입 타격 받았지만… ‘천적’ 쿠르드족 민병대 와해 등 反IS 진영이 되레 더 큰 피해
석유 밀거래가 가장 큰 수입원인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는 저유가 현상이 역설적으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하락으로 IS도 손해를 보지만 반(反)IS 진영이 더욱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 아리시안 국제뉴스통신에 따르면 IS 수입의 40%는 석유 밀거래에서 나온다. IS는 매일 시리아에서 3만 배럴, 이라크에서 1만∼2만 배럴씩 생산해 국제 시세의 반값에 판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였던 지난해 6월엔 30달러에 팔았지만 30달러로 떨어진 지금은 15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IS는 올 초 시리아 출신 대원들의 월급은 월 400달러에서 200달러로, 외국인 대원은 800달러에서 400달러로 깎았다. 하지만 점령지 내 세금, 유물 거래, 인질 몸값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건재해 월 2회 식량배급은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IS가 가장 두려워하는 쿠르드족 페시메르가 민병대가 와해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 지역은 원유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페시메르가 민병대는 석유 시세가 좋을 때 세력이 확대돼 IS 퇴치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유가 폭락으로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탈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도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로 IS와의 전투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미군이 주도하는 동맹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