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학진흥법에 대해 문단의 의견이 분분하다.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정부의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한국문학유산을 수집 보존 관리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을 설립하는 게 골자다. 도종환 의원은 최근 설명회에서 국립한국문학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본과 중국이 국립문학관을 갖고 있다는 점,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장 등 주요 문화콘텐츠의 국립시설이 다 있는데 국립문학관이 없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꼽혔다. 4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2019년 완공 예정이다. 문학관 설립 계획이 발표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유치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도 뜨겁다.
국가 예산이 문학에 따로 편성된 이 ‘사건’에 대해 현장의 문인과 문단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학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문학이 일반 독자들의 삶에 가까이 가기 위한 인프라를 갖춘다는 의미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지자체마다 지역 출신 문인들의 문학관이 있긴 하지만 국립문학관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문학이 대중과 폭넓게 접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워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소설가 A 씨는 “건물이 관광이나 견학의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좋은 문학콘텐츠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문학관이 문인들의 유품과 원고를 관리하는 ‘기성의 물성’을 보존하는 데 머문다면 그것이 현재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건물=문학’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설가 B 씨도 “최근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 지원, 문예지 지원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상황인데 문학진흥법이 문인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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