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머니가 누굴 칭찬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놀랍기는 새댁도 마찬가지였다. 마주치면 예의바르게 인사는 하지만 속으로는 미워했는데 할머니가 칭찬의 말을 했다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더 알 수 없는 것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후 변해 가는 자기 자신이었다. 먼발치에서 할머니를 보게 되면 피하지 않고 다가가 더 상냥하게 인사를 하게 되더라는 것. 그러다 보니 나중엔 서로 진짜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딸을 결혼시키면서 지인은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엄마에게 전하지는 말라”는 지침을 주었다. “너는 다음 날이면 남편과 풀고 다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나는 사위에게 서운하고 괘씸한 감정이 오래 남을 수 있다”고 했다는 것. 누구나 살다 보면 부부 싸움을 할 수 있고 싸움을 하다 보면 도를 넘는 말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막상 딸에게서 그런 말을 전해 들으면 사위의 한마디 한마디가 뇌리에 박혀 뒤끝이 남기 때문이다.
아, 말의 유통기한은 너무나 짧아 그 현장에서 그 순간에만 유효한 것임을 깨닫는다. 말이란 대부분 만약 그때 그 공간에서 상대가 마침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꺼내지도 않았을 그런 것들이기 쉽다. 좋은 말은 전하여 세상을 향기롭게 하되 나쁜 말은 그냥 그 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리게 하는 게 상책일 수 있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