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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내 유출 현대重 ‘힘센엔진’ 도면 中에도 새나갔다

입력 | 2016-01-28 03:00:00

中브로커, 본보에 ‘확보 도면’ 공개
“3년전 한국인 브로커 통해 구해… 다른 업체들도 오래전부터 눈독”




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선박 엔진인 ‘힘센(HiMSEN)엔진’ 도면이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도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 소도시에서 중공업 부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며 기술 브로커로도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장모 씨(47)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3년 전쯤 한국인 브로커로부터 힘센엔진의 복제 부품을 구입하면서 도면을 요구해 함께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에게 보여준 휴대전화 화면에는 가운데 부분에 ‘HYUNDAI 힘센기술 2부, ○○○(담당자)’라고 적힌 엔진 도면이 들어 있었다. 그는 당시 사용된 선급증서도 함께 공개했다.

장 씨는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힘센엔진을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다”며 “원도면 없이는 복제품 생산이 어려워 도면까지 받기로 하고 수입 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0년간 4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2000년 개발에 성공한,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최초의 선박용 엔진이다. 지금까지 총 9000여 대가 생산돼 40여 개국에 수출됐다.

장 씨는 더 이상 브로커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양심 고백’을 하기로 했다고 동아일보 취재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선 인터넷을 통해서도 한국인 브로커를 쉽게 접촉할 수 있다”며 “한국 조선업이 중국에 1위를 내준 데에는 낮은 인건비뿐 아니라 기술의 유출도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부산 영도구와 강서구, 경남 김해의 기계부품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증거물이 방대한 데다 도면이 업체로 흘러 들어간 경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의 수사 대상 업체를 3곳 정도로 좁혔다. 이 업체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힘센기술 도면이 최초로 유출된 곳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라고 주장했다. 중공업 업계에서는 A 씨가 지목한 업체 내부자가 6, 7년 전쯤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에서 받았던 도면을 몰래 빼돌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배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