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칼럼에 썼던 타순별 성적과 도루 시도 개수는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투수가 타격을 하게 되면 ‘투수 전용 타순’이라고 할 수 있는 9번 타자 자리뿐 아니라 전체적인 타순 구성이 영향을 받습니다. 또 지명타자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공격력이 좋아져 도루를 시도할 기회 자체가 늘어납니다.
○ 지명타자 효과는 ‘F학점 → B+학점’
당연히 지명타자 제도가 있으면 득점이 올라갑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1973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팀이 평균 4.60점을 냈습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팀 평균 득점은 4.34점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지명타자가 있는 퍼시픽리그 소속 팀이 지난해 평균 3.92점을 내는 동안 센트럴리그 평균 득점은 3.42점에 그쳤습니다.
야구는 점수를 더 많이 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자연스럽게 인터리그(교류전) 성적도 지명타자가 있는 쪽이 뛰어납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인터리그 성적을 보면 아메리칸리그가 2565승 2299패(승률 0.527)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교류전에서도 퍼시픽리그가 통산 865승 774패(승률 0.528)로 더 많이 이겼습니다.
강한 팀이 우승도 하겠죠? 1973년 이후 월드시리즈는 모두 42번 열렸는데 그중 아메리칸리그 팀이 우승한 게 23번(54.8%)입니다. 전체 경기 성적은 128승 110패(승률 0.538)였습니다. 일본시리즈에서도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1975년 이후 퍼시픽리그 팀이 23승 18패(승률 0.560)로 앞서 있습니다. 전체 성적은 128승 3무 116패(승률 0.525)입니다.
○ 센트럴리그만 독자노선?
반면 일본 센트럴리그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거셉니다. 아예 센트럴리그 사무국에서 ‘지명타자 불가론’이라며 “투수를 대신해 어떤 대타를 낼까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핵심 전술인데 지명타자는 이런 재미를 없앤다”와 같은 이유 9가지를 마련해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에서는 1973년 7월 20일 열린 실업야구 올스타전 1차전 때 ‘지명대타’라는 명칭으로 지명타자 제도가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금융단에서는 ‘코끼리’ 김응용(한일은행), 실업단에서는 국가대표 4번 타자 박해종(육군)을 지명타자로 내세웠습니다. 한국 고교 야구도 2004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