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이달 15일, 쯔위는 공개 사과를 했다. 사과 당일까지 이웃집 불구경하듯 잠잠했던 국내 여론도 끓어올랐다. 16일 하루에만 트위터 포스팅(게시글)이 3만8000건을 넘어섰고, 지금까지도 매일 수천 건씩 트윗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19일에는 ‘소속사가 쯔위에게 강제로 사과를 종용·핍박했다며 대만 인권변호사 등이 JYP엔터테인먼트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언론 기사가 800건이 넘는 RT(게시글 공유)를 받기도 했다. 쯔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쯔위의 사과 동영상의 댓글난에도, ‘과연 어린 소녀가 공개 사과를 할 만큼 잘못한 일이나 책임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부터 ‘중국에서 돈 벌고 싶지 않으면 중국에서 나가라’는 성난 중국인들의 일갈까지 공방은 여전하다.
단문형 SNS뿐만 아니라 비교적 장문의 글을 쓰는 블로그에서도 이번 사태는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24일까지 쯔위 사태에 대한 논의만으로 네이버에서 500편이 넘는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왔다. 게시글들을 모두 모아 의미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해 보니, 작은 해프닝이 ‘정치’에 ‘이용’되고 있고, 대만 국기의 노출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러한 외교 문제 비화가 쯔위 개인에게는 (지나친) ‘억압’이라는 여론이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난다(위 그림). 나아가 쯔위가 방송사가 시킨 대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출신지 국기를 흔든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사과’의 ‘모습’도 ‘강요’된 것 같다며 ‘소속사’ ‘대표’의 처신이 적절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아래 그림).
인터넷 소통망이 어쩌면 지나치게 발달한 동아시아에서, 이런 해프닝은 앞으로도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위기관리도 중요하고, 이웃 국가 국민의 감성을 헤아리는 외교적 센스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근본적 가치 지향과 책임 소재의 원칙이 아닐까. 한류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성난 중국인들 앞에서 쯔위의 소속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과 말고 무엇이 있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류를 돈벌이 수단만이 아닌, 지속시킬 가치가 있는 문화로 본다면 사과의 주체와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류 문화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치와 진정성 있는 실천이 국제무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 장기간의 생명력과 파급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누구를 보호하며, 무슨 책임을 져야 할까. 한류의 전파를 통해 21세기의 매력 국가를 꿈꾸는 문화 주체의 입장에서, 작금의 해프닝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