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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까지 출마땐… 힐러리 샌더스 트럼프 모두 뉴욕과 인연

입력 | 2016-01-30 03:00:00

[美 대선은 뉴욕이 좌지우지?]




백악관 주인을 정하는 올해 대선은 세계 경제·금융의 수도인 뉴욕의 인사들이 좌지우지하게 될 것 같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26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74·사진)까지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 유력 후보 4명이 모두 뉴욕과 깊은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 된다”고 보도했다. 그 4명이란 블룸버그 전 시장 외에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 뉴욕 태생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무소속·버몬트), 공화당 경선 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출신이지만 뉴욕에서 블룸버그통신을 세계적 미디어 그룹으로 키웠다. 뉴욕시장을 3연임(2002년 1월 1일∼2013년 12월 31일 재임)하며 정치력과 행정 능력까지 인정받았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버지가 폴란드 출신이고 어머니가 뉴요커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대학도 브루클린 칼리지로 진학했다가 시카고대로 옮겼다. 트럼프는 뉴욕 퀸스 출생이고, 맨해튼의 가장 화려한 쇼핑 거리인 5번 애버뉴의 트럼프타워에 선거 사무실을 차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퍼스트레이디 신분으로 2000년 뉴욕 주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공화당 경쟁자로부터 “아무 연고도 없는 뉴욕에 왜 오느냐”는 공격을 받았다. 그는 “(정치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자서전에서 “뉴욕시장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직”이라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출마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트럼프의 선전이 결정적이라고 주간지 뉴요커가 보도했다. 그의 한 참모는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당선 못지않게 (강경 우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나 무소속 사회주의자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스스로를 중도 노선의 주류 정치인으로 분류하고 좌우의 극단적 이념에 미국 정치가 휘둘리는 현실을 혐오해 왔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나머지 뉴욕 출신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는 나의 좋은 친구다. 내가 민주당 후보가 안 될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출마를 검토한다는 얘기인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블룸버그랑 한판 붙고 싶다. 그는 오랜 친구지만 (대선에 나오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고 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블룸버그와 트럼프를 ‘억만장자’라는 공통점으로 싸잡았다. 그는 “블룸버그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두 명의 억만장자 대(對) 샌더스’의 대결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부자들이 워싱턴까지 주무르는 소수 독재정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출마설이 보도된 직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 샌더스 대 블룸버그’의 3자 대결이 벌어지면 블룸버그는 12%만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더힐이 보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겐 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대중적 인기가 많은 우군이 적지 않아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은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게 확실시돼도 블룸버그 전 시장이 출마를 강행할 것인가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블룸버그 측근들에 따르면 그 가능성이 30∼50%라고 한다. 이는 클린턴 전 장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빼앗기 위해 무리하게 ‘좌편향’으로 갈 경우 블룸버그 전 시장이 중도 세력을 흡수할 공간이 생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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