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2인자’와 대장 줄타기
이번에는 참고 또 참던 김무성이 ‘권력자’라고 칭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회선진화법을 문제 삼다 나온 것이지만 예사롭지 않다. 서청원을 비롯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벌떼처럼 파상 공세를 펼쳤다. 김무성은 다시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하지만 칼끝을 숨겼을 뿐 더 밀려선 안 된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3개월여 전, 박 대통령의 참모는 “무대의 문제는 (자신을) 여권의 1인자로 착각하는 데 있다”고 했다. ‘여당의 1인자’인지 모르지만 여권에선 대통령 아랜데 분수를 모른다는 말이다. 그 후 김무성은 수그리는 2인자 처세를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역시 공천 문제다. 상향식 공천의 골간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친박계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미는 이한구 카드는 결코 받지 않을 태세다. 그래서 위원 전원의 추천 권한을 주면 받겠다는 억지를 쓰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은 “이번에 물러서면 무대는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치받을 것이냐, 길 것이냐’, 무대의 실존적 고민이 깊다. 만들진 못해도 안 되게 할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의 ‘비토(veto) 파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너무 수그려도 너무 치받아도 안 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상당 기간 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당 친노는 총선 이후 결과에 관계없이 김종인을 몰아내려 할지 모른다. 쉽지 않을 거다.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 김종인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었다. 야당 의원 때 2007년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의원을 찾아가 밥을 사며 정치적 조언을 시작했다. 문재인은 대선에서 패한 뒤 김종인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때 시작된 인연으로 탈당 사태의 위기를 극복했다.
킹메이커 마음 얻어야
경우의 수는 네 가지다. 여야 대선후보로 2명 다 되는 것과, 무대 또는 초딩만 되거나, 모두 패배하는 수가 있다. 굳이 베팅을 하라면 둘 다 지는 쪽에 걸겠다. 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면, 박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는 무대보다 김종인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초딩 쪽 가능성이 높다. 나의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정치는 꿈틀거리며 변하고 대권은 쟁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