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55만명 입법서명 외면… 김종인 한마디에 원샷법 걷어찬 더민주

입력 | 2016-01-30 03:00:00

[원샷법-북한인권법 처리 무산]
안보-경제위기에도 정쟁에만 몰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처리가 예정돼 있던 29일은 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을 장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55만 명이 넘는 국민의 목소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수 야당의 ‘변심’에도 여당은 비난만 쏟아낼 뿐 무기력했다.

○ 뒤늦은 선거법 연계

“김 위원장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날이었다.”

더민주당의 한 의원은 하루 종일 출렁거렸던 이날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심야 통화에서 ‘원샷법 처리 후 대표, 원내대표 간 ‘2+2 회동’ 개최’에 합의했다. 23일 이미 서명까지 마친 합의 사항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본회의가 예정돼 있던 오후 2시 더민주당은 본회의 참석 대신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의 ‘뒤늦은’ 불만이 나왔다. 김기식 의원은 “김 위원장이 온 뒤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우고 있는데, 대기업 특혜법인 원샷법을 처리해주면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박영선 의원도 “원샷법은 경제활성화가 아닌 삼성 등 대기업 총수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미스(실수)가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원샷법을 처리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인 홍영표 의원이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제동 장치를 많이 마련했다”며 “삼성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의총장이 들끓자 국회 밖에 있던 김 위원장은 오후 6시 30분경 국회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의총장에서 “법이 없어 경제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원샷법을 처리하고 ‘2+2 회동’을 한다는데, 그 회동이 무슨 의미와 효력이 있느냐. (선거법과) 동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박수로 동의했다. 한 참석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상황이 한 번에 정리됐다”고 전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여당에 ‘선거법과 원샷법 동시 처리’를 역제안했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처리했어야 할 선거법이 무엇보다 우선 처리되어야 할 법안”이라며 “원샷법은 굉장히 시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앞으로 협상 절차에 따라 통과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 “원외 위원장이 국회 문 닫아” 들끓는 與

김 위원장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안을 뒤집었다는 소식에 새누리당은 들끓었다. 온종일 본회의를 기다렸던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황당한 표정이었다. 오후 8시에 열린 새누리당 긴급 의총은 ‘김종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느닷없이 경제 전문가라는 김 위원장이 이 어려운 경제 쓰나미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일이었다”며 “대의정치 기본도 모르는 일을 제1야당 대표가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원외 비대위원장이 원내 합의를 깨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원외 위원장 때문에 국회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노근 의원은 “옛날에 ‘호랑이가 무서워서 호랑이 새끼 쫓아내니 더 미운 여우 새끼가 온다’고 하더니 지금 똑같은 정국”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의원은 “입법 비상사태 아니냐”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든지, 김 위원장 집으로 가든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위원장 말대로 선거법만 처리하면 야당은 선거법 처리하는 순간 먹튀(먹고 튄다)”라며 “선거법만 처리하면 야당은 이제 아예 국회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 달 5일까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