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CG변천사
국내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처음 사용한 영화 ‘구미호’ (1994년). 인터넷 화면 캡처
CG가 처음 등장한 영화는 ‘구미호’(1994년)다. 여주인공 고소영이 여우로 변신하는 장면이 CG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는 하나의 형체가 다른 이미지로 변하는 모핑 기법의 CG가 쓰였다.
‘구미호’가 CG의 문을 열자 다른 영화들도 나왔다. 이전 영화에서는 CG 분량이 1∼2분에 불과했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광고 문구를 쓴 ‘퇴마록’(1998년)에는 현암(신현준)의 무기인 월향검 비행 장면 등에 8분 분량의 CG가 들어갔다. ‘쉬리’(1998년)에서 CG로 구현된 고층빌딩 폭파 장면, 도심 총격전 장면 등은 당시 관객을 놀라게 할 만큼 진일보했다.
2000년대 중반은 CG 기술이 한층 발전한 시기다. ‘중천’(2006년)에서는 실제 배우의 외모로 동작을 대신하는 ‘디지털 액터’가 CG로 구현돼 주인공 정우성의 액션 대역을 맡았다. ‘디워’(2007년)에는 총 3800컷의 CG가 사용됐다.
누적된 한국 영화의 CG 기술력은 이후 ‘할리우드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해운대’(2009년) 제작진은 CG 작업에만 약 50억 원을 투입해 지진해일(쓰나미)이 부산을 덮치는 장면을 만들었다. ‘타워’(2012년)는 총 3000컷 중 1700컷이 CG로 만들어져 한국 영화 사상 CG 비율이 가장 높았다. ‘명량’(2014년)의 왜선 330여 척이 떠있는 1597년의 울돌목, ‘히말라야’의 칸첸중가 정상도 CG를 통해 관객의 눈앞에 펼쳐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