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말/한나 아렌트 지음·윤철희 옮김/208쪽·1만4500원·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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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1906∼1975)의 이 말은 본인이 어떤 학자인지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답인 것 같다. 책은 그가 1964년 독일 ZDF방송과 나눈 것을 비롯한 언론 인터뷰 4편을 묶은 것이다. 긴 문장과 깊은 사상적 깊이 때문에 아렌트의 저작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언론과의 인터뷰, 즉 그의 글이 아닌 말을 듣는 것은 그의 사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아렌트는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태생의 유대인으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불린다. 4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그의 말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의 공정한 사상 때문이다. 그는 유대인이라는 인종적 배경을 가졌지만 어떤 이데올로기 앞에서든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그가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사상이 아니라 사유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사유, 자기 행위에 대한 사유가 없는 체제와 기능 위주의 사회에서는 나치와 같은 만행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